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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고령사회의 생애경력설계 - 엄현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요즘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은퇴의 길로 내몰리는 50대 ‘장년층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1.8세인 반면, 장년층 퇴직연령은 평균 52.6세다. 기대수명 대비 30년가량 이른 시기다.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촉발된 기업 구조조정 심화 등으로 실업으로 내몰린 중장년 일자리 문제는 청년실업 못지않게 중요한 고용문제가 되었다.

특히, 은퇴에 직면한 베이비붐 세대는 올해로 735만 명에 이른다. 베이비부머 50% 이상이 퇴직 이후 노후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다는 전경련 조사가 보여주듯, 100세 시대를 앞둔 현 상황에서 퇴직 이후 인생 2막에 대한 준비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장년이 퇴직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퇴직하기 때문에 재취업 시장에서 고군분투한다. 중장년 고용률은 OECD 34개 회원국 중 9위로 수치만으로는 높은 수준이지만, 재직 중 생애경력에 대한 준비 없이 주된 일자리에서 일찍 퇴직하고 질이 낮은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행복한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퇴직 전에 미리 일에 대한 고찰과 이에 바탕을 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생애경력설계는 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고민하기보다 한창 일할 나이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중간 관리직 이상의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생애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제도화 할 필요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일정 연령 이상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남은 회사생활과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교육에 적극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이나 노조에서는 아직까지 전직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근로자라면 언젠가 맞이할 수밖에 없는 퇴직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개인에게만 맡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생애경력설계를 포함한 전직지원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전직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노사 협의를 통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기업과 노동조합의 도움이 절실하다.

더불어 중장년일자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사발전재단의 입장에서도 근로자 스스로 생애경력을 설계하고 인생 후반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장년나침반 생애설계프로그램’과 같은 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체계적 서비스를 지원하는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전문 커리어 컨설턴트의 체계적인 양성을 지원해 우리나라 전직지원 서비스와 그 시스템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 육성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준비하는 시간이 미래에 대한 투자다. ‘평생현역’으로 남을 수 있도록 근로자, 기업, 정부 모두 지금부터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엄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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