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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승두 한국사회법학회장] 통합도산법상 ‘DIP제도’의 문제점들
통합도산법(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도입 10년을 맞아 몇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존관리인유지(Debtor in Possession)제도’. 이는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기업의 관리인을 원칙적으로 기존 경영자를 그대로 선임하는 것이다.

미국식 DIP제도를 도입했다지만 우리 제도는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의 연방파산법 11장의 회생절차에서는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에 대한 점유권을 계속 가진다. 예외적으로 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연방관재관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은 뒤, 법원의 승인을 얻어 이해관계가 없는 자 중에서 관리인을 선임한다(제1104조 ⓒ항). 즉,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는 경우에 기존 경영자가 계속 경영권을 가지지만, 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3자를 선임한다. 그러나 우리 법은 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에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므로 미국과 차이가 있다. 

또 기업이 회생절차를 조기에 신청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DIP제도를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기에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도 기존 경영자에게 경영권을 보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채무자회생법 제정 시 DIP제도를 도입하게 된 이유를 기업이 회생절차를 조기에 신청할 것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는데 앞뒤가 맞지 않다. 이 주장대로라면 절차를 조기에 신청하지 않은 경우, 즉 ‘파산상태에 이르러’ 회생절차를 신청한 경우에는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이에 관한 아무런 조치도 없다. 현재도 관리인의 선임 시 조기 신청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법원은 현행 채무자회생법의 해석을 왜곡하고 있다. 관리인의 선임에 관한 채무자회생법의 규정을 보면, 제74조 제1항에서 “법원은 관리위원회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들어 관리인의 직무 수행에 적합한 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 법원은 채무자회생법 제74조 제2항의 규정 “법원은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 개인인 채무자나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를 우선적으로 적용해 관리인을 선임한다.

이밖에 사회적으로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 채무자회생법의 제정시 KDI보고서 등 많은 연구가 DIP제도를 반대했다. 그 이유는 우선 도산법이 최고의 이념으로 삼고 있는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 부실기업에 대해 회생절차를 진행하면 회사가 부담하는 부채를 탕감하거나 출자전환, 상환기한 연장 등을 통해 기존 채권자에게 많은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산기업의 경영진을 원칙적으로 DIP로 선임해 계속 경영을 맡기는 것은 형평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존 경영진이 DIP로 선임돼 계속 경영을 맡게 되는 경우 M&A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경영권이 있는 한 조기 M&A를 통해 기업을 떠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한계기업을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퇴출시키지 못함에 따라 공정거래질서를 무너뜨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퇴출돼야 할 기업의 옛 경영진이 계속 경영을 맡게 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수 있다.

후진적 법원관리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된다. 채무자회생법이 제정된 이후 법원의 재량권이 더욱 확대되고 심지어 법원에서 부인권의 행사, 회생계획안의 작성 등의 실무에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향이 있다. 선진각국의 경우에 법원은 사법절차에 한정해 업무를 분담한다. 관리인의 선임, 회생계획안의 작성·의결, M&A의 추진 등 경제적 절차는 채권단에 전적으로 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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