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협회 이수창 회장은 이같은 ‘코브라’가 우리나라의 실손의료보험에도 똬리를 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 보험에서 부담하지 않는 진료비를 보장해준다. 저렴한 비용으로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에 따른 의료비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선 국민보험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액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0년 800억원이었던 보험금이 2014년 1조5000억원으로 4년만에 17배나 늘었다. 병원의 과잉진료와 보험 가입자의 ‘의료쇼핑’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합작한 결과다. 결국 선량한 다수의 보험 가입자가 그만큼 보험료를 더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실손 보험료는 올들어서 무려 25%나 급등했다. ‘가성비 높은 제2의 건강보험’ 이라는 애칭이 무색해졌다.
코브라는 요즘 검찰에서도 목도되고 있다. 검찰에 기소권 독점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건 공익의 대변자가 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진경준 검사장은 이 권한을 넥슨 주식과 제네시스 승용차, 해외여행 경비, 처남 회사의 일감을 따내는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 전 대통령(노무현)에게도 가차없이 ‘정의의 칼날’을 들이대던 협객 홍만표 전 부장검사는 변호사 개업 1년만에 100억원의 수임료를 챙기고 오피스텔 123채를 거머쥐었다. 사법권을 ‘엿바꿔먹듯’ 허투루 쓰는 검사의 도적적 해이는 더이상 ‘자율의 손’에 맡겨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이 무슨 염치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김영란법’으로 불려온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우리 사회는 이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그런데 자칫하면 오라는 청렴사회는 오지않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감시’라는 불신사회가 올 우려가 높다. 공직사회가 민간 부문과의 소통을 멀리하면서 복지부동의 폐단이 더 심화되는 부작용도 걱정된다. 농축수산업, 요식업 등 선의의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방책도 마련해야 한다. 법적 강제로 만들어지는 청렴사회는 ‘코브라’ 가 헤집고 다니며 허물어 버릴 모래성에 불과하다. 청렴사회는 권한을 특권으로 여기지 않고 공익을 위한 소임으로 여기는 문화가 공기처럼 흐르는 공동체에 부여되는 이름일 것이다. 문호진
편집위원 겸 선임기자/m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