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칼럼] ‘코브라 효과’와 김영란법
공익적 목적의 인센티브 정책에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이 말은 인도의 영국 식민지 시절에 유래됐다. 당시 수도 델리에서 주민들이 맹독성 코브라에게 물려 죽거나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았다. 대응에 나선 정부는 해결책으로 코브라를 잡아오는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그런데 포상금 신청이 느는데도 코브라 피해는 줄지 않았다. 정부의 조사결과는 뜻밖이었다. 코브라 포상금이 돈벌이가 되자 여기저기서 몰래 코브라를 사육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브라 피해를 막고 주민들에게게 소득의 기회를 주려던 정책이 주민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벽에 막혀 결국 폐기됐다.

생명보험협회 이수창 회장은 이같은 ‘코브라’가 우리나라의 실손의료보험에도 똬리를 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 보험에서 부담하지 않는 진료비를 보장해준다. 저렴한 비용으로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에 따른 의료비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선 국민보험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액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0년 800억원이었던 보험금이 2014년 1조5000억원으로 4년만에 17배나 늘었다. 병원의 과잉진료와 보험 가입자의 ‘의료쇼핑’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합작한 결과다. 결국 선량한 다수의 보험 가입자가 그만큼 보험료를 더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실손 보험료는 올들어서 무려 25%나 급등했다. ‘가성비 높은 제2의 건강보험’ 이라는 애칭이 무색해졌다.

코브라는 요즘 검찰에서도 목도되고 있다. 검찰에 기소권 독점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건 공익의 대변자가 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진경준 검사장은 이 권한을 넥슨 주식과 제네시스 승용차, 해외여행 경비, 처남 회사의 일감을 따내는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 전 대통령(노무현)에게도 가차없이 ‘정의의 칼날’을 들이대던 협객 홍만표 전 부장검사는 변호사 개업 1년만에 100억원의 수임료를 챙기고 오피스텔 123채를 거머쥐었다. 사법권을 ‘엿바꿔먹듯’ 허투루 쓰는 검사의 도적적 해이는 더이상 ‘자율의 손’에 맡겨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이 무슨 염치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김영란법’으로 불려온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우리 사회는 이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그런데 자칫하면 오라는 청렴사회는 오지않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감시’라는 불신사회가 올 우려가 높다. 공직사회가 민간 부문과의 소통을 멀리하면서 복지부동의 폐단이 더 심화되는 부작용도 걱정된다. 농축수산업, 요식업 등 선의의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방책도 마련해야 한다. 법적 강제로 만들어지는 청렴사회는 ‘코브라’ 가 헤집고 다니며 허물어 버릴 모래성에 불과하다. 청렴사회는 권한을 특권으로 여기지 않고 공익을 위한 소임으로 여기는 문화가 공기처럼 흐르는 공동체에 부여되는 이름일 것이다. 문호진

편집위원 겸 선임기자/mhj@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