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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키니 입은 제임스 쿡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새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뉴질랜드의 기스본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 때문이다. 3년 뒤면 쿡이 엔데버호를 타고 뉴질랜드 땅을 밟은지 250년 된다. 꽤 역사적인 기념일을 앞두고 쿡은 망신살이 단단히 뻗친 것 같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쿡은 살인자’라는 비난이 쇄도한다. 쿡의 일행이 기스본에 도착한 뒤 토착민인 마오리족에게 총을 쏘고, 6명을 사살했다는 기록을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이 많아서다. 애초 뉴질랜드가 남극인 줄 알았던 쿡이지만, 정복자인양 행동했던 건 사실이기에 억울해만 할 노릇은 아닌 듯하다.

이 동네엔 쿡의 동상이 3개 있는데 고초(?)를 겪고 있다. 하나는 얼굴과 바지 주머니 쪽에 빨간 페인트칠이 돼 있다. 또 다른 동상은 누군가 하얀 페인트를 칠해 쿡이 마치 흰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일각에선 쿡의 동상 중 하나는 끌어내려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그의 동상 자체가 마오리족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에서다. 

뉴질랜드 기스본에 서 있는 제임스 쿡의 동상이 빨간 페인트로 훼손돼 있다. [출처=기스본 시의회]

쿡 동상 중 하나는 마오리족 리더로 바꾸거나 동상을 나란히 세워야 한다는 해법이 거론된다. 기스본시(市)는 좋든 나쁘든 역사의 모든 측면을 균형감을 갖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첨예하게 맞선 여론을 조정하는 데 힘쓰는 걸로 전해진다.

이화여대가 시끄럽다. 경찰 병력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하니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이름도 어색한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문제가 발단인데, 이 학교 총장을 지낸 김활란씨의 동상이 계란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친일 행적 때문에 잊을만 하면 동상이 수난을 당한다. 각색이나 윤색없이 역사를 치우치지 않게 볼 수 있는 날은 과연 우리에게 허락될 것인가.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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