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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팅단속 있으나마나] 통학차량 선팅규제 입법 4년째 공염불
폭염속 어린이방치 사고
짙은 선팅탓 외부서 발견못해
카시트 미비 감추기 위해
상당수 차량 선팅 일삼아
관련부처는 여전히 수수방관



[헤럴드경제]광주의 한 유치원생이 폭염 속 통학차량에서 남겨져 의식을 잃는 8시간 동안 운전기사는 물론 행인들 중 아무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외부에서 차량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는 짙은 선팅이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4년 전부터 통학차량의 짙은 선팅이 어린이들이 통학차량에 갇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지만 관련 부처의 수수방관으로 규제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광주 광산구에서 김모(4) 군이 유치원 통학 버스에 방치돼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와 관련, 해당 버스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내린 뒤 세차를 했지만 짙은 선팅으로 차량 내부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결과 해당 통학 버스의 앞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은 79.8%였지만 아이들이 타는 좌석이 들여다 보여야 할 측면 유리의 투과율은 11.8%에 불과했다. 차량 후면 유리의 투과율 역시 12%에 불과했다.

김 군이 차량에 방치된 8시간 동안 운전기사는 물론 인근 주민이나 행인이 차량안에 아동이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었지만 차량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선팅 때문에 일말의 가능성마저 차단된 셈이다.

통학차량들이 짙은 선팅을 하는 것은 또다른 안전 수칙 위반을 가리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영유아를 태우는 통학차량의 경우 카시트를 설치하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이를 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2년 한국소비자원이 36개월 미만 영아를 보육하고 있는 41개 어린이집의 통학차량 63대를 조사한 결과 카시트를 비치한 차량은 11대에 불과했다. 영유아의 신체 사이즈에 맞는 어린이 시트를 장착한 차량도 전체의 9.5%에 불과했다.

통학차량 선팅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2년 한국소비자원 조사 당시 전국 48개 어린이 집에서 운행하는 통학차량 74대 중 32.4%인 24대의 유리창이 과도하게 짙게 선팅돼 내부 탑승자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소비자원은 도로교통법 상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대해 과도한 선팅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나도록 통학차량 선팅 관련 규정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현재 통학차량 유리창의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은 여전히 전면 70% 미만, 측면 40% 미만인 일반 차량 기준에 따르고 있다.

문제는 일반 차량의 선팅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통학차량에 대한 규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까지 자동차의 전면 유리창의 가시광선 투과율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정기검사 시 부적합 판정을 해왔지만 IMF 경제 위기로 규제완화 바람이 불면서 선팅관련 항목이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 명시된 부적합 대상 14개 항목 중 선팅 관련 규정은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선팅 단속을 하면 전체 차량의 90%는 단속된다고 할 정도로 사문화된 규정이라 교통안전공단 검사 항목에서도 빠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각각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 운행을 감독하고 있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통학차량의 기능적 측면에서의 안전 상태 등은 관할 경찰청이 확인해 신고필증을 배부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 필증을 믿고 운행을 허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반 차량에 대한 기준을 따르면 될 뿐 통학차량이라고 해서 별도 규정을 만들어 관리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통학차량의 짙은 선팅이 자동차 정기검사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감독 대상에서도 빠지면서 차량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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