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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 WWF의 마지막 남은 창립멤버 룩호프만 박사, 세상을 떠나다 -윤세웅 WWF대표
WWF(세계자연기금)의 창립멤버이자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Roche)의 최대주주 룩 호프만(Luc Hoffmann) 박사가 지난 7월 22일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호프만 박사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자연 보전과 지구 환경에 대한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한 분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20세기 자연의 ‘이름없는 영웅’으로 불리는 호프만 박사는 1961년 WWF의 첫 발기인 16명 중에 한 사람이었으며, 지난 60년동안 쉼 없이 자연보전과 지구 환경에 헌신하였습니다.

호프만 박사는 최근까지 WWF 본부 명예부회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을 만든 분이기도 합니다.

호프만 박사는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나 바젤 대학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로 줄 곳 조류와 습지탐구에 온 인생을 바쳤습니다. 지금까지 새에 관한 60권의 저서를 남겼고, 개인적으로는 룩호프만 재단과 유럽환경보전재단(MAVA Foundation)들을 통해서 살아있는 지구를 보전하고자 끊임없는 노력과 기부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룩 호프만 박사는 로슈의 실질적 소유주이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평생 자연과학의 발전과 자연보전에 큰 기여를 하셨습니다.

WWF에 대한 깊은 열정과 더불어 호프만 박사는 세계습지 보전기구를 만들고,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부회장으로 최근까지 활동했습니다. 또한 스페인 꼬또 도냐나(Coto Doana) 습지와 모리타니아(Mauritania)의 방다르갱(Banc d‘Arguin) 습지 재단을 만들어서 습지 보전 활동을 시작했고, 이 활동으로 람사르 습지 협약이 탄생하게 됩니다.

호프만 박사는 자연보전을 위한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1998년 에딘버그 공작 환경 보전 상, 2010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 ‘French Legion of Honor’, 2016년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모나코 재단 알버트 2세 왕자 상을 수상했습니다.

저는 작년 8월 WWF-Korea CEO로 임명되고 난 얼마 후 호프만 박사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호프만 박사는 연로한 나이에 몸은 쇠약했으나 여전히 새들과 습지에 관한 큰 열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늦게 창립된 WWF-Korea가 고도로 산업화 된 한국에서 자연보전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말씀은 제가 이루어야 할 큰 미션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호프만 박사님은 제게 책한 권을 선물해 주셨는데, 그 책은 프랑스 아를르의 반 고호 미술관의 도록이었습니다. 호프만 박사는 고흐의 작품, <아를의 여인들>로 알려진 프랑스 아를(Arles)지역의 습지 보전을 위해 자주 그곳을 방문하면서 소유한 고흐의 작품을 근간으로 고흐 미술관을 만들었고, 그의 둘째 딸 마야 호프만과 함께 최근까지 왕성한 예술활동을 했습니다.

또한 큰 딸인 베라 호프만과는 그녀의 작고한 작가 남편을 기념하기 위해 알프스 주라 산맥 중턱에 ‘벌집하늘’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미칼스키 도서관(The Maison de l’Ecriture)을 지었습니다.

호프만 박사는 그의 재산을 자연보전에 기부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조류와 습지를 사랑했고 동시에 예술에도 많은 기여를 한, 사회적 기업가의 전형을 보여주는 훌륭한 학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호프만 박사와 같은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기부를 실천하는 수준 높은 기업가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호프만 박사의 명복을 빕니다.

윤세웅

WWF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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