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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파장②] “얼굴은 무조건 정면 나오게”…‘김영란법 특수’ 기대 파파라치 학원 가보니
-김영란법 맞은 파파라치 학원가, 특수 기대하고 특강 열어

-고가의 강의료나 카메라 요구하면서 내용 부실한 경우도

-“김영란법 취지 무색해질 수 있어 제한 필요”



[헤럴드경제=구민정·유오상 기자] “세종시에 가면 전부 공무원 천지인데, 그걸 어떻게 알아보는지 제가 지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얼굴은 꼭 나와야 하고, 뒷모습만 나오면 힘들지…자기 직함을 말하는 장면을 찍으면 좋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을 합헌이라고 판단한 이후 마련된 파파라치 학원의 공익신고 특별 강좌였다. 김영란법 시행을 두 달 앞두고 파파라치 학원가는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 관련 강좌를 여는 등 특수 기대에 들썩이고 있다.

파파라치 학원가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고수익을 홍보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파파라치 학원, ‘공익신고요원 양성소’라는 낯선 이름이 새겨진 유리문을 지나자 입시학원을 보는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강의실에는 중년의 교육생 십여 명이 앉아있었고, 강사는 몰래카메라 촬영 화면을 스크린에 띄우고 공익신고 방법을 교육 중이었다.

교육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단순한 식품위생 관련 신고부터 국세청에 차명계좌를 신고하는 법까지 법 조항을 보여주며 강의를 진행했다. 김영란법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위반 사례를 신고한 사람에게 최대 20억원의 보상금이나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포상금 액수가 크다 보니 학원과 수강생 모두 반응이 뜨거웠다.

강의를 수강했던 공모(56) 씨는 “강의에서 앞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신고를 받을 때 요구할 사항들을 정리해줬다”며 “차명계좌를 신고해도 건당 50만원밖에 받지 못하는데, 김영란법은 포상금 규모가 커서 밥벌이로 나선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두 달 앞두고 파파라치 학원가는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 관련 강좌를 여는 등 특수 기대에 들썩이고 있다

강좌를 진행한 강사도 김영란법 시행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기존의 1100여 공익신고 항목 외에 새로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질 것”이라며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강좌를 들으러 온 사람들은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강좌 막바지에는 볼펜처럼 생긴 실제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실습까지 진행됐다. 강사는 옆자리에 있는 수강생을 찍은 화면을 보여주며 잘못된 점을 짚었다. 그는 “옆모습만 나오면 안 된다”며 “시간이나 장소를 알 수 있도록 시계나 창밖이 보이도록 찍는 것도 좋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이날 강좌는 무료였지만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몰래카메라를 살 것을 권유했다. 볼펜 모양의 몰래카메라는 수십만원에 달했다. 대부분 참석자는 높은 가격에 구매를 주저했다. 공 씨 역시 카메라는 사지 않고 다음 강좌를 신청했다. 그는 “강좌가 무료일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5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카메라까지 사야 할 줄은 몰랐다”며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니까 고민은 해볼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김영란법 특수를 노리는 파파라치 학원 상당수는 ‘안정적인 고수익’을 약속하며 고가의 강의료나 카메라 판매를 부추기고 있었다. 대전에서 공익신고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김현배(51) 씨는 “기존 업체와 김영란법을 전후해 나오는 강좌 업체 간에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떴다방’ 식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고 비싼 강좌료와 부실한 내용으로 피해신고가 들어오기도 한다”며 “오히려 기존 업체들의 이미지만 훼손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익신고는 자기가 신고를 해야 돈을 버는 구조인데, 김영란법의 포상금이 많다고 무조건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김영란법 이후 무분별한 파파라치가 더 성행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김영란법을 맞은 파파라치 학원가의 과열 양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양세영 한국청렴연구원장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일명 ‘란파라치’라 불리는 전문 신고꾼 증가가 예상된다”며 “수익을 위한 무분별한 신고만 늘어나면 김영란법의 취지만 무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공익신고자보호법도 전문 신고꾼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며 “김영란법도 전문 신고꾼에 대한 제한 규정을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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