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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자들이 주는 음료수도 불편”…김영란법에 선생님도 혼란·당혹
각종 사례들 해석도 제각각
“잠재적 범죄자 취급 억울”반응도



[헤럴드경제]“이제는 물 한잔도 공짜로 안마시는게 낫겠어요.”

경기도 소재 중학교 교사 신모(35)씨는 최근 동료 교사들과 함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얘기하다가 더 혼란에 빠졌다. 각자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나 신문기사 등을 보고 여러 사례에 대한 적법 여부를 따지는데, 사람마다 각자 다른 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어떤 선생님은 작년 학부모의 선물은 받아도 된다고 했지만 어떤 분은 그것도 안된다고 알고 있더라”며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모두 생수 한 병이라도 받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교단 역시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사는 선물이나 좋아하는 선생님을 위해 교탁에 올려놓은 선물 등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에게 가격을 일일이 물어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작년 담임은 과연 직무 관련성이 있느냐는 논란꺼리다. 가령 학부모가 작년 담임에게 주는 선물과 관련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작년 담임교사는 학생의 성적이나 수행평가 등과 관련한 직무 연관성이 없어 기준가액 5만원 선물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하지만, 권익위는 “작년 담임이라도 기준 가액 이하의 선물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성적이나 수행평가 등과 관련성이 있으면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법과 현실 사이에서 난감한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소재 한 고교 교사는 “제자들이 감사의 표시로 음료수나 과자 같은 것을 교탁에 올려놓는데 이런 것까지 매몰차게 거절하는 게 마음이 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영란법 시행으로 교사가 잠재적인 비리 범죄자로 취급되는 것 같아 억울하다는 반응이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미 교사들은 엄격한 행동강령을 적용받고 있는데, 김영란법은 교사가 스스로 정화할 수 없는 비리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지금의 교단은 헌재 재판관들이 학교를 다니던 수십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사들은 ‘교육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공개된 장소에서 3만원 이하의 선물만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5만원 이하의 선물을 허용한 김영란법보다 더 엄격한 것으로, 공식적으로 ‘촌지’ 문화는 사라진 셈이다. 이와 함께 혹여 촌지가 오갈 수 있는 스승의 날은 교장 재량으로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교사들의 금품 수수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기도 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교단에서는 엄격한 행동강령이 적용돼 김영란법에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사립학교의 경우 종종 비리 교사 처벌에 관대했는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들도 학교 제재와는 별도로 형사처벌될 수 있어 공립학교와 동등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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