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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쓰고 기분만 망친 ‘해운대행’
본지기자 해수욕장 체험기
사설주차장 시간당 3000원
파라솔·튜브·옷보관함 다 돈…
불법상인 기승 치킨 2만원
게스트하우스 13만원
하루저녁 13톤 쓰레기수거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모래사장을 달구고, 짙푸른 파도와 은빛 포말이 열기를 식히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곳, 해수욕장 백사장을 가득 메운 파라솔과 해변을 따라 바다 위를 노랗게 물들인 튜브의 행렬은 해운대를 대표하는 모습이다.

피서객들로 붐비는 2일 오전 차량을 이용해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자연스럽게 무료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입구에서부터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무료 공영주차장은 아침 일찍 이미 모두 차 있었다. 주차 안내 요원은 최소 30분에서 두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대기차량이 차로를 막아 교통흐름에도 지장을 주고 있었다. 인근 사설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사설주차장은 시간당 3000원을 받고 있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피서를 즐기기 위해선 파라솔을 반 강제로 빌려야 했다. 파라솔 공식 요금은 8000원, 튜브 역시 8000원. 법적으로 챙겨간 그늘막을 사용해도 되지만 해수욕을 할 만한 백사장에는 대부분 임대용 파라솔이 깔려있어 사실상 사용이 어려웠다. 결국 1만6000원을 주고 파라솔과 튜브를 빌렸다. 옷가지와 소지품을 넣어놓을 보관함을 3000원에 추가로 대여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피서객 서경숙(55세) 씨는 “일부러 챙겨온 그늘막과 돗자리를 쓰지도 못하고 억지로 파라솔을 빌린다는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얼마동안 해수욕을 즐기다보니 배가 출출했다. 파라솔 상인에게 얘기를 하고 잠시 백사장을 떠나 해운대 전통시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왔다. 어느새 내가 빌렸던 파라솔에 다른 피서객 가족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 상인을 찾았더니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마지못해 바닷가에서 한참 떨어진 뒷편 파라솔 하나로 안내해줬다.

한낮 파라솔 사이에는 불법 상인들의 판을 치고 있었다. 양손 가득 치킨과 맥주, 팥빙수를 들고 파라솔 사이를 누비는 무허가 상인들이다. 치킨 한 마리를 2만원이나 받았다. 단속반이 지나가면 파라솔 안으로 숨어들어 피서객들과 일행인척 했다.

얼마간 더 해수욕을 즐기다 해변을 나왔다. 1500원을 지불하고 샤워를 마쳤다. 주차시간이 5시간을 넘어 지불한 요금은 1만8000원. 인근 브랜드커피숍에서 7000원을 지불하고 커피를 한잔 마시며, 해변 풍경을 즐겼다. 이때까지 쓴 돈은 6만5500원. 한나절 해수욕을 즐긴 비용으로는 상당히 많았다.

저녁이 되면서 해운대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났다. 흡연과 음주가 금지된 백사장이지만 곳곳에서 술자리가 시작됐다. 술과 함께 자연스럽게 흡연도 이뤄졌다. 구청 직원들이 주의를 줄때만 잠시 담뱃불을 껐다가 이내 음주와 흡연이 이어졌다. 취기가 오른 피서객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와 폭죽소리가 뒤엉켜 해운대의 밤은 혼돈, 그 자체였다. 늦은 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여지없이 술병과 컵라면 용기,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가 즐비했다.

인근 숙박업소를 찾았다. 특급 호텔은 3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이미 예약이 모두 차있었다. 근처 모텔과 게스트하우스가 그나마 가격이 싸다고 했다. 업소마다 피서철 극성수기 요금이 적용되고 있었다. 평상시 5만~6만원하던 게스트하우스가 10만~13만원을 받았다.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이지만 최근 많이 내린 거라고 했다. 구청의 집중단속으로 20만~30만원을 받다가 내린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튿날 이른 새벽, 구청 청소요원들이 해운대해수욕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해변가에는 밤새 먹다버린 컵라면 용기가 바람에 날려 다니고 있었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와 작은 광장에는 정체모를 오물들이 널려져 있었다.

해운대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김모(58세) 씨는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이렇게 쌓인다”면서 “자신이 남긴 쓰레기를 직접 치우는 매너가 아쉽다”고 했다. 평일 하룻밤에 버려진 쓰레기의 양이 13t을 넘는다고 했다. 주말이면 그 양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국민 피서지로 이름난 해운대해수욕장은 바가지 상술과, 쓰레기 불법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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