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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몰래 혼인신고’ 손본다
분쟁증가 따라 개선책 착수


[헤럴드경제]#1 송모 씨는 올해 5월 구청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자신의 가족관계등록 기재사항이 변경됐다는 내용이었다. 알고보니 여자친구 박모 씨가 송 씨의 신분증과 도장을 훔쳐 몰래 혼인신고를 한 것이다. 송 씨는 즉시 인천가정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두달 만인 지난 달 22일 송 씨는 법원으로부터 혼인무효 판결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2 김모 씨는 지난 해 2년간 교제해온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여자친구 서모 씨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윽고 서 씨는 김 씨의 신분증과 도장을 빼내 곧장 구청에 혼인신고를 했다. 서 씨는 사전에 김 씨 휴대전화에서 알아낸 김 씨 친구들의 연락처로 전화로 걸어 그들의 주민번호와 주소를 물었다. 그리고 혼인신고서 증인란에 김 씨 친구 두 명의 인적사항을 그대로 적어냈다. 자신도 모르게 기혼자가 된 김 씨는 뒤늦게 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까지 간 끝에 김 씨는 겨우 혼인무효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당사자도 모르게 ‘몰래 혼인신고’가 쉽게 이뤄지면서 그동안 혼인신고제도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법원은 최근 혼인신고제도의 개선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작업에 나섰다.

대법원 사법등기국은 지난 달 27일 ‘혼인신고제도의 개선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법원은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해 혼인신고를 하는 등 허위 혼인신고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혼인신고를 할 때 본인이 불출석하면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담당공무원이 사실상 혼인신고서의 기재사항과 관련서류를 구비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수리해주면서 허위 혼인신고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피해자들로선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때문에 관련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민법 815조 1항은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국 1심 법원에 접수된 ‘혼인무효ㆍ취소소송’은 1145건으로 집계됐다. 2005년 939건의 혼인무효ㆍ취소소송이 제기됐던 것에 비하면 10년 만에 22% 증가한 것이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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