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뷰] 조금 색다른 ‘햄릿’…배우 김강우의 재발견
-‘햄릿-더 플레이’로 데뷔 14년만에 첫 연극 나들이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어머니를 잃은 연산과 아버지를 잃은 햄릿의 모습은 같았다. 영화 ‘간신’에서 광기와 비탄을 오갔던 눈빛은 연극 ‘햄릿’에서 더욱 절제된 내공을 발휘했다. 배우 김강우(38)다.

김강우가 데뷔 14년만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섰다. 작품은 ‘햄릿-더플레이’(8월 2일~10월 16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2004년부터 격년제 페스티벌 형태로 특색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연극열전’의 여섯번째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다.

김강우가 맨 처음 햄릿을 연기한 건 15년 전 중앙대학교 재학시절이었다.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김동연 연출이 셰익스피어 원작을 각색한 ‘햄릿-슬픈 광대의 이야기’에서다. 김동연 연출이 지이선 작가와 함께 이 이야기를 새롭게 확장시킨 ‘햄릿-더플레이’에서 김강우는 또다시 햄릿을 연기하게 됐다. 

데뷔 14년만에 첫 연극무대에 선 배우 김강우. [사진제공=씨제스]

‘햄릿-더플레이’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에는 없는 어린 햄릿과, 해골로만 등장했던 광대 ‘요릭’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린 햄릿이 요릭과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 놀이가 어른 햄릿의 이야기와 맞물린다. 삶과 죽음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철학적 질문을 토대로 판타지적 요소를 결합한 것. 작은 디테일들이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을 메워주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매끄럽게 연결시켜 준다.

삶은 곧 연극이고, 그 연극의 결말은 예상했던 대로 죽음으로 치닫는다. 원작과 결말도 같고 ‘명대사’들도 거의 대부분 그대로 나온다. 심지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거짓이라는 미끼로 진실의 잉어를 낚는다’ 같은 대사는 여러번 반복되며 강조된다.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는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오필리어의 대사에도 있을 정도. 단 햄릿이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를 원망하며 읊조리는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는 대사에서는 여자를 ‘인간’으로 바꿨다.

김강우는 연극 데뷔작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확한 딕션(Diction)과 풍부한 표정연기, 몸짓 또한 무대에 최적화했다.

이 작품에서 왕비 거트루드와 오필리어를 한 배우가 연기하게 한 설정은 부자연스럽다. 응당 거트루드가 있어야 할 장면이지만, 같은 배우가 오필리어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거트루드는 빈 자리로 남겨진다. 거트루드나 오필리어나, 여성의 존재는 ‘오이디푸스적’인 욕망의 대상, 혹은 억압의 대상일 뿐이라는 단편적인 해석으로 느껴져 불편함도 느껴진다.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