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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상복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대표] 경청하는 리더십의 뒷면
경청 리더십의 전형을 멀리 있는 징기스칸의 일화에서 찾기도 한다. 수필집을 들춰보니 징기스칸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내 귀가 나를 가르쳤다.’ 읽지도 쓰지도 못했던 징기스칸이 남긴 말이다. 그는 경청을 통해 속으로는 지혜를 얻고 부하가 보기에는 사람은 얻었다. 그는 적게 말했고 듣지 않고는 결정하지 않는 것을 생활의 철칙으로 삼았다. 참모는 물론 포로로 잡혀 온 적장에게도 귀를 열고 생사에 대한 결정권을 그에게 주었다.

몽골 비사나 이를 근거로 한 다큐멘터리가 출처일 듯한 이 이야기는 실로 대단한 서사의 힘을 갖고 있다. 이 이야기에는 경청의 힘은 물론 경청하는 리더의 품성 전체를 송두리째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경청은 다른 사람의 말에 깊게 귀를 기울이며 그의 말을 넘어 감정과 의도까지를 듣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경청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자기에게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유익함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모름지기 리더는 언제나 자신의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이런 식의 내용은 오늘날 조직현장에서 경청과 경청하는 리더의 기본으로 강조되지만 쉽게 잊혀지는 내용이다.

그러나 경청을 잘 듣는 것으로 강조하는 건 어느 한 면만을 설명한 것이다. 경청을 잘하게 되면 듣는 자에게 자기 내면에 있는 경험과 지식이 지혜로 나오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경청을 통해 우리가 경험해야 할 것도 이 점이다. 타인의 말을 깊게 들음으로써 자기 안의 어떤 것, 자기 나름의 생각, 아이디어, 새로운 자각을 답으로 얻게 된다. 듣는 사람이 상대의 이야기를 깊게 들으며 이를 통해 어떤 지혜를 얻게될 때 스스로 자기가 경청을 잘 했다고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말하는 사람은 어떠한가? 말하는 사람 역시 상대가 자기 말을 깊게 경청하게 되면 더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의도와 숙고된 생각을 털어놓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기가 한 말을 직접 들으며 자기가 한 말 그 이상의 내용을 자신도 얻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상대에게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하는 말을 스스로 들으며 자기 모습, 의도, 감정에 대한 이해와 자기 생각을 분명히 인식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경청하는 관계를 통해 ‘사고되지 않았던 앎’을 숙고하며 지혜를 나누게 된다. 징기스칸 이야기에서 그가 경청을 통해 ‘속으로는 지혜를 얻고 부하가 보기에는 사람을 얻었다’는 말의 실상이 바로 이런 것이다. 깊은 경청을 통해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내면의 지혜가 꺼내지는 경험, 그래서 경청을 통해 서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경청 리더십의 뒷면이며 핵심이다.

일본어에는 깨달음에 대해 ‘낳다’, ‘만들다’는 동사를 쓴다. 반면에 우리 말은 ‘깨달음을 얻는다’ 라는 동사를 사용한다.

아마도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을 깊이 들어야 하는 ‘경청관계’를 통해야 하기 때문일 듯하다. 이렇게 경청 리더십은 자기에게 깨달음과 상대방 둘을 주는 일석이조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관계 경험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 까? 프로이트는 경청을 하고자 할 때 먼저 ‘고르게 떠 있는 주의 상태’(free floating attention)에 머물 것을 강조했다.

판단을 유보하고 관찰하는 모든 것에 대해 치우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 선택이나 집중하지 않고 이해하려는 의도적 시도를 내려놓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것이 듣고자 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초청하면서 먼저 준비해야 할 자세이다.

김상복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대표newlifecrea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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