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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상처투성이 이화여대…“대화가 필요해”
지난 10일 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 최근 벌어진 일련의 학내 분규와 관련, 최경희 총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3일 이후 일주일 만에 이화여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모였다. 시위에 참가한 이들의 주장은 지난 1차 시위 때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료했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은 사퇴 뿐이라는 것이었다.

연이어 벌어진 시위에도 학교 측은 자신들 만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겠다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 총장은 매일 처장단 회의를 열며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지난 9일 오후에는 전체 교수를 급히 불러 교수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분주한 움직임에도 분규가 발생한 지 정확히 2주가 된 11일까지 양측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사태 발단의 배경이 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은 이미 백지화됐고, 일방통행 식의 의사소통 구조에 대한 개혁도 약속됐다.

여전히 진정성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지난달 30일 학교에 경찰 1600명이 진입한 사실에 대한 최 총장의 사과가 있었고, 감금 혐의로 수사 중인 학생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다는 탄원서까지 제출됐음에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 9일 성명서를 통해 자신들을 비판했던 교수협의회 공동회장단의 일침을 다시 한 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 교수와 언론을 찾기 전에 학생들에게 끈질기게 대화의 손을 내밀라는 것이다.

“최 총장이 본관을 찾아 갔다지만 얼마나 있었나? 잠깐 기다리다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떠난 총장에게서 진심을 느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김혜숙 교수협 공동회장의 따끔한 한 마디가 향후 최 총장이 취해야 할 자세를 한 마디로 설명해주고 있다.

학생 측도 일단 최 총장을 한 번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 이미 학생들은 지난 8일 본관을 찾아온 평교수ㆍ보직 교수 10여 명과 본관 정문 앞에 마주 보고 앉아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

양측 간 깊은 오해가 한 순간에 녹아내리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향후 대화의 첫 물꼬를 트는 데에는 이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식의 태도는 이미 상처투성이인 양측 모두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뿐이다.

신동윤 사회섹션 사회팀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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