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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셋 중 하나는 버리세요” 들꽃마을 최비오 신부의 ‘행복론’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건강검진을 통해 몸을 챙기듯이 인생전반에 대해서도 점검을 해봐야 합니다. ”

어려운 서민, 중증장애인들을 돌보는 ‘들꽃마을 신부’로 유명한 최비오 신부(62)는 행복을 옆에 두고도 못찾는 이들이 안타까워 ‘인생검진’(아트블루)이란 책을 냈다고 말했다. 행복한 삶은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최 신부의 ‘행복론’의 요체는 이른바 ‘7대3론’이다. 다 갖고 채우려 하지말고 3개는 비우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관계와 삶에 모두 해당된다. 그는 관계를 ‘숨’에 비유했다.

“세 개 중 하나는 버리라는 거에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보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을 일일이 간섭하잖아요. 그러면 호흡을 못해요. 상대가 불행해지는 거죠.”


최 신부는 ‘7대3론’을 우주의 이치로 설명한다. 즉 지구는 태양에너지의 70%만 쓰고 30%는 직접 반사형태로 되돌려 보낸다. 생명의 근원인 바다도 지구표면적의 약 70%를 차지한다.

바로 우주와 지구의 이런 관계에 행복의 답이 있다는 것이다. 본능, 욕망을 30%만 자제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최 신부는 강조한다. 그 30%는 그냥 비워두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이들이쓸 수 있다.

“무엇보다 행복은 관계의 질을 높이는게 중요해요. 서구인들의 관계의 질이 90이라 했을 때 우리는 50에 불과해요. 그러다 보니 우울병, 자살로 치닫게 돼죠. ”

사실 ‘행복전도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최 신부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 대구 피난촌에서 아이들끼리 살았다. 공장에 다니면서 동생과 몸이 불편한 형을 챙기고 독학으로 중ㆍ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대구 가톨릭신학대에 들어갔다.

“받은 게 너무 많아 저는 아쉬운게 없어요. 우주가 다 제 것 같아요. 우주를 이불삼아 눕는거죠.”

그는 젊은이들의 마음이 좀더 넉넉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란 존재는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요. 인간은 누구나 자생력이 있어요. 자생력은 관계속에서 계발될 수 있어요. 젊은이들이 힘없이 주저 앉아 있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도움을 줘야죠. 또 젊은이들은 함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하고요.”

그는 23년전부터 어려운 이들, 중증장애인, 행려자들을 위한 사회복지시설 ‘들꽃마을’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2012년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들꽃마을을 열어 학교와 시설을 지어가고 있다.

최 신부가 펴낸 책은 이번이 세 권째. 2000년에 펴낸 ‘빈그릇’은 20쇄를, ‘들꽃처럼 살으리라’는 10쇄를 펴냈다. 이번 책에는 최 신부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적잖이 들어가 있다. 자연과 우주의 모습, 심상을 한데 담아낸 수준급의 그림이다.

최 신부는 “몇년 전부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며, 마음만 있고 손은 따라주지 않아 처음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림을 사시는 분들 덕에 들꽃마을 살림에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글은 언제 쓰는지 물었다.

“책상을 갖다 놓지 않고 방바닥에 엎드려 써요. 엎드리면 그냥 글이 나와요.”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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