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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스토리] 정부에 연 1조원 쥐어주는 ‘배당화수분’...차라리 한전 주식 살까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정부가 끝내 전기요금 누진제는 손보지 않을 모양새다. 어쩌면 차라리 누진제 논란에 그치는 걸 바랄 수도 있다. 11일 정부 발표대로면, 국민들이 얻는 것도 적지만 한전도 밑질 게 없다. 차라리 한국전력 주식을 사는 편이 나아보인다. 한전을 들여다보면 믿기 어려운 ‘놀라운(amaizing)’ 사실들이 발견된다.

주유소 기름값은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조정된다. 더디게 내리고 빨리 올린다는 원성도 있지만 여하튼 원가연동 방식이다. 한전은 아니다. 발전의 70%가 화석연료지만, 국제유가 등 ‘원가’에 따라 전기요금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3년 전보다 값이 더 오른 이유다.

2012년 전력판매 매출액(연결기준)은 46조9100억원이다. 매출원가는 46조2900억원이나 됐다. 영업손익 전체로는 8179억원의 적자였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때여서 원가부담이 컸다. 그래서 2013년 전기요금이 인상하자 한전의 전력 매출이익은 3조1500억원으로 불어난다. 영업손익도 1조5190억원 흑자로 돌아선다.

2014년 하반기부터는 국제유가가 급락한다. 전력매출은 53조7068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었는데, 판매원가는 46조5096억원으로 떨어졌다. 이해 영업이익은 5조7876억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전력매출은 54조3670억원인데, 매출원가는 41조3489억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11조3467억원에 달했다.

올 해 한전 영업이익 전망은 최소 14조원, 많게는 15조원이다. 상반기 유가반등 탓에 잠시 실적이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유가하락이 재개되고 있고, 최근에는 원화강세까지 진행되고 있다. 매출원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연구원은 “주택용 평균 전기요금이 5%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영업이익은 4058억원 감소하는데,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14조원)에 비하면 큰 부담이 아니다“라며 ”요금하락으로 주택용 전력판매량이 5.3% 늘어나면 단가 하락의 영향은 100% 상쇄된다”고 분석했다.

한전은 지난 해 주당 3100원의 배당을 했다. 올 해도 같다면 현주가로 따져도 연 5%에 육박한다. 은행 이자의 3배가 넘는다. 현재 한전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5배, 지난해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배 가량이다. 많이 오른 듯 보이지만 글로벌 동종업계와 비교해서는 아직 한참 싸다.

그럼 혹시 한전의 환상적인 돈벌이 구조가 깨뜨려질 우려는 없을까? 인위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한전 최대주주는 정부(기획재정부 18.2%, 산업은행 33%)다. 지난 해 배당으로만 1조원을 가져갔다. 이쯤되면 ‘전기료’가 아니라 ‘전기세’ 수준이다. 쓸 돈이 부족해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는 정부다. 산은도 대우조선해양 등의 부실 탓에 돈 한푼이 아쉽다. 연간 최소 1조원의 현금이 생기는 ‘화수분’을 깨뜨릴 리 없다.

수급 구조도 우호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24일 3년 안에 보유지분을 6.8%에서 10%로 늘리겠다고 신고했다. 원화강세 속 외국인들도 한전 지분률을 늘리고 있다. 원화강세에서는 내수주, 원재료 수입주, 그리고 독점적 지배력을 가진 종목에 투자하는 게 정석이다. 한전은 이를 모두 충족한다. 또 정부와 외국인 국민연금 등 큰손들이 가진 보유분이 발행주식의 90%에 달한다. 유통주식이 적은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외국인이 순매수세만 유지시켜준다면 주가하락 위험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편 정부가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일부 민영화 방침을 내놓은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재 한전은 국제유가 하락분을 감안할 때 발전자회사들에게 비교적 후한 값을 쳐주며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100% 지분을 가진 완전자회사여서다. 그런데 부분 민영화가 이뤄지면 민자발전사와 같이 원료가격에 연동한 값만 치를 수 밖에 없다. 즉 발전자회사들과 나누던 이익을 한전이 독식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6개 발전자회사의 장부가액(2015년말)은 25조원, 자산과 순익은 95조원과 4조3000억원이다. 삼성동 사옥부지를 현대차에 판데 이어 자회사 지분매각 수익까지 유입된다면 한전 재무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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