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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기요금, 모든 사용 주체가 고루 분담토록 개편해야
정부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긴급 당정회의를 열고 전기 수요가 많은 7~9월에 한해 6단계 누진 구간의 상한을 각각 50㎾씩 상향키로 한 것이다. ‘하루 4시간만 쓰라’며 버티던 정부가 일단 한 걸음 물러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뿔난 여론을 가라앉히기 역부족이다. 1만~2만원 전기요금을 깎아 준다고 폭염에 밤잠을 설치면서도 에어컨조차 제대로 켜지 못하는 전기요금의 불합리가 해소되지 않는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전기요금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먼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번 전기요금 파동이 결코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다. 쌓이고 쌓인 불만이 기록적인 폭염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사실 전기 요금과 사용에 관한 한 우리 국민들은 너무 오랫동안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해 왔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가정용 전기 절약을 이유로 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살인적 누진제가 시작됐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기를 아끼는 것이 곧 애국’이라고 여기며 기꺼이 정부 정책에 따랐다. 그렇게 해서 생긴 여유 전기는 공장을 돌려 수출 상품을 생산했다. 그게 바탕이 돼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국민들의 헌신적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40년이 지났고, 에너지 사정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런데도 가정용 전기 소비자에게만 여전히 절전과 희생을 강요하고, 무자비한 요금 폭탄으로 응징하는 시스템이 건재하다는 건 누가 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기 사용량이 늘어 블랙아웃(대정전)이 올 수 있다는 것도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가정용은 전체 전기 소비의 13%에 불과해 설령 소비가 10% 늘어나도 전체 증가율은 2%도 되지 않는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선 에너지 절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만 그 부담을 지게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기업용, 업무용 가릴 것 없이 모든 전기 사용 주체가 고루 분담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5% 가량 싼 산업용 전기는 당연히 정상적으로 돌려야 한다. 전기료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그런 기업은 아예 접는 편이 낫다. 상업용 전기도 더 이상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 초저가 농업용 전기의 과소비도 개선 대상이다. 전면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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