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 건물에 500여명의 ‘제일맨’들이 모였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행원들 사이에 머리가 희끗한 고참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더러 눈에 띄었다. 때아닌 ‘홈커밍데이’라도 열린 것일까.
사실 이 날은 SC제일은행이 본점 건물의 ‘얼굴’인 간판을 교체하는 제막식을 개최한 날이었다. 2012년 1월 SC그룹이 ‘한국SC은행’으로 변경한 은행명을 4년여 만에 되찾아온 일을 기념해 본점 건물과 영업부 간판을 SC제일은행의 이름으로 바꿔 다는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지난 4월 28일‘ 한국SC은행’으로 변경한 은행명을‘SC제일은행’으로 되찾아온 일을 기념하기 위해 본점건물과 영업부 간판을바꿔 다는 행사를 가졌다. |
이런 자리에 옛 제일은행의 ‘1등 DNA’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선배들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발벗고 나서 전직 임직원들을 ‘모신’ 것이다. 그 덕에 이날 제막식에는 1997년 퇴직한 신중현(80) 전 상무를 비롯해 100여명의 전직 임직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제일은행 브랜드를 되살리는 일은 박 행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영국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임명한 한국인 행장인만큼 아직 그룹 내 입지도 크지 않았고 자칫 본사의 뜻을 거스른다고 비춰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박 행장은 배수진을 쳤다. 취임 직후부터 무려 1년 4개월에 걸쳐 본사를 설득했다. 그룹 회의에 갈 때마다 “과거 고객은 물론 최근 거래를 시작한 고객들 사이에서도 제일은행 명칭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하며 끈질기게 매달렸다. 친밀감과 신뢰감이 중요한 국내 소매금융 시장의 특성과 ‘제일’이라는 이름이 가져올 행원들의 사기진작 효과를 강조했다.
결국 그의 뚝심이 통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그룹 공통의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을 고수하던 본사 임원들이 한국에서만 행명에 ‘제일’이란 글자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옛 이름을 되찾은 박종복호(號) SC제일은행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순항의 돛을 올리고 있다.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291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2분기에는 9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128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0억원(11.3%) 증가한 실적이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과 연체율은 각각 0.58%포인트, 0.26%포인트 떨어뜨리며 자산건전성 부문도 향상시켰다. 같은 기간 분쟁민원 건수도 31건으로 대폭 줄이며 ‘클린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박 행장은 지난 10년 간 약화됐던 소매금융 시장의 점유율을 회복시켜 ‘조상제한서’(조흥ㆍ상업ㆍ제일ㆍ한일ㆍ서울은행) 시절의 영광 재현에 본격 시동을 건다는 복안이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