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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포통장 없애는 계좌유지 수수료, 눈치볼 일 아냐
은행권에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잔돈만 든 채 잠자는 은행 계좌에 소정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외국계 은행은 도입 방침을 정했고 국내 시중은행들도 금융당국에 건의를 해 놓은 상태다. 금융당국의 지침만 기다리는 셈이다.

금융당국이나 은행들은 “이자도 못받는 돈에 뭔 수수료냐”는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주저하는 모양이다. 수수료 수입 증가만 노린 은행들의 ‘꼼수’로 인식될까 두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좌유지 수수료가 명칭과는 달리 휴면계좌의 정리를 위한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나라 고객들이 불필요하게 많은 계좌를 가졌고 대포통장 등 범죄에 이용되는 일도 많아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상당 수준이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불편했던 휴면계좌 정리가 편리한 서비스로 손쉬워진다면 시행의 정당성도 함께 생긴다.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국내 성인 한사람이 보유한 은행 계좌수는 평균 5.4개이며 휴면계좌 비율은 33.6%에 달한다. 대개 한 두개의 휴면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잠자는 돈도 13조8000억원이나 된다. 그동안 은행들은 매년 거의 600억원의 장기 휴면계좌들을 미소금융재단에 출연해 공익에 활용했지만 지난 2012년 대법원의 ‘소멸시효 완성 요구’ 판결 이후 불가능해졌다. 휴면계좌는 은행 창구에서 정리해야 하니 귀찮다. 그냥 놔둔다고 별다른 불이익도 없다. 휴면계좌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다.

금융사기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은 대부분 이같은 휴면계좌다. 여기에 계속 수수료를 부과하면 잔액이 ‘0원’이 된다. 금융당국은 잔액이 1년 이상 0원인 계좌는 은행이 해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금융사기의 원천을 없애고 계좌 유지 비용도 절약하는 방안이 마련되는 셈이다.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어카운트 인포 서비스는 계좌유지 수수료 부과의 또 다른 근거를 제공한다. 은행들이 보유한 휴면예금계좌를 클릭 한 번으로 조회하고 잔고를 다른 계좌로 이체하거나 해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직접 거래 은행을 일일이 방문하거나 은행별 인터넷 뱅킹으로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사전에 제도를 정비하고 서비스를 보완한 뒤 시행되는 것이라면 계좌유지 수수료는 정서적 이유만으로 시행을 보류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금융사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금융당국이 정책 시행 여부를 놓고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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