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한진해운 최종 항로는 ] ‘소’ 잃으면 ‘외양간’마저 잃을 수도


“조양호 회장과 그 일가를 위해 한진해운을 살리자는 게 아니다. 국가 해운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을 살리자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상수송시장의 건전한 발전방안’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한 패널은 토론을 시작하기 전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의 최대 화두는 해운업계 구조조정과 기로에 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에 쏠렸다.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 3000억원이 부족한데 이를 이유로 연간 17조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정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대체적인 목소리였다.

한마디로 소도 잃고 외양간까지 잃어서야 되겠냐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한 참석자는 지난 2001년 당시 국내 빅3 해운업체였던 조양상선의 파산을 예로 들었다.

당시 정부는 조양상선에 강력한 자구책 마련을 요구했고, 조양상선이 파산하더라도 화주들이 국내 해운사로 옮겨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화주들이 머스크 등 해외 선사로 빠져나가면서 그동안 조양상선이 쌓아왔던 글로벌 네트워크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만일 한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이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참석자들은 또 조선업계와 형평성에서 어긋한 해운업계의 구조조정 방향을 두고도 정부에 쓴소리를 날렸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추가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지금껏 해운업계에 위기 극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은 없었다는 게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조선업에는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등에 10조원의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난망하다. 한 참석자는 “국회에서 열릴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도 문제다. 왜 조선업과 해운업을 한 데 묶어서 보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분식회계 등 경영비리로 위기를 키워온 조선업계와 글로벌 시황 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를 동일시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공성(攻城)보다 어려운 것이 수성(守城)이라고 한다. 양대 국적 해운사들은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와 자산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수십년의 세월과 수조원의 자원을 투입해 지금에 이르렀다. 채권단은 한진그룹의 배임문제에도 불구하고 모자란 유동성 3000억원을 메울 것을 압박하고 있다. 3000억원 때문에 유무형의 수십 조원을 날리게 되는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기를 바란다.
 
유재훈기자 igiza7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