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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아프리카 최빈국 가봉, 50년에 걸친 父子 권력세습…정국 혼란 속으로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서아프리카 최빈국 가봉이 50년에 걸친 부자(父子)의 권력세습에 또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31일(현지시간) AP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가봉 패컴 무벨레트 부베야 내무장관은 지난주 시행된 대선 개표 결과 알리 봉고 현 대통령이 경쟁자인 장 핑(73)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고 이날 밝혔다. 봉고 대통령은 득표율 49.80%를 기록하며 득표율 48.23%를 얻은 핑 후보를 5594표 차로 따돌렸다고 내무장관은 전했다. 가봉 선거관리위원회도 봉고 대통령의 재선을 승인했다.

하지만 야권은 “부정선거”라며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성난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봉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가봉 정국은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핑 후보 캠프는 이날 “가봉 국민은 이번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핑 후보 측 선거관리위원인 폴 마리 곤주는 “표들을 도난당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수도 리브르빌에는 성난 시위대 수백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군경과 충돌했다. 시위대 일부는 선관위 사무실 습격을 시도했다. 시위대는 봉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선관위 본부로 향했고 경찰은 최루탄, 섬광 수류탄 등을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했다.

앞서 봉고 대통령과 중국계 이민자 출신의 핑 후보는 서로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면서 양측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에 가봉군과 경찰 병력이 전날 리브르빌 전역 곳곳에 배치됐다. 가봉 시민 일부는 2009년 선거 폭력사태가 되풀이될 것을 우려해 식량을 미리 비축해 놓는 일도 벌어졌다.

봉고 현 대통령은 가봉을 42년간 통치한 뒤 2009년 타계한 오마르 봉고 온딤바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봉고 대통령은 그해 치러진 대선에서 득표율 41.7%로 당선된 후 지금까지 가봉을 통치했다.

하지만 가봉은 9년 전에도 부정선거 논란에 정국이 큰 혼란을 겪었다.

당시 아들 봉고는 국방장관을 지낸 후 집권당인 가봉민주당(PDG) 후보로 대선에 나와 월등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내세웠고 결국 그의 승리가 발표됐다. 그러자 야권과 시위대는 수도 리브르빌 등지에서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가봉의 주요 도시에서는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이 일주일가량 이어지고 공공건물이 시위대의 공격에 불에 타기도 했다.

봉고 부자 장기 집권 하에서 만연한 사치와 부패, 빈부 격차가 심화한 데 대한 국민의 반발도 심하다.

반(反)부패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봉고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 최소 39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10년엔 파리에서 약 1500억원에 달하는 호화저택을 사들였다는 영국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인구 180만명의 가봉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원유 매장량 3위 국가이고 목재 등 자원이 풍부한 국가이지만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빈곤선 아래로 분류되는 최빈국 중의 하나다. 국가 경제의 60%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가봉은 최근 국제 유가 하락과 대량 실업 사태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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