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국회의 ‘분노조절장애’
또 막말에 고성이었다. 이 정도면 ‘병적 징후’이고, ‘만성 질환’이다. 국회란, 정치란, 원래 개인과 집단 사이의 이해 충돌에서 오는 갈등을 사회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을 갖는다.

갈등은 일상적일텐데, 의견이 다르다고 험한 말을 나오는대로 내뱉는다. 자기 생각대로 안된다고, 다른 차가 자기보다 앞선다고 운전대만 잡으면 욕을 하고 법규를 위반하는 ‘로드 레이저’(road rager: 도로 위의 격분자)와 다를 바 없다.

화난 운전자, 식물 국회의 공통 병명은 ‘분노조절장애’다.

지난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서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야당 의원들만 출석한 ‘반쪽’으로 진행됐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16년 만에 처음이다.

개의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회의 진행을 두고 막말과 고성을 주고 받았다. 공방 끝에 회의장을 빠져나간 여당 의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전날 교문위에서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안을 정부 동의없이 일부 항목을 증감액해 단독처리하고, 이에 여당 의원들이 집단 반발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로를 향해 각각 “멍텅구리” “닥치세요”라고 했다.

새누리당 이장우ㆍ한선교, 더민주 안민석,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 등은 상대 당 의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고성으로 반말을 했다.

개인의 분노조절장애는 외상으로 인한 뇌 신경회로의 이상에서 비롯된다. 국회, 국회의원들의 분노조절장애는 의사 절차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일어난다.

서로 입장이 바뀌어서 날치기와 다수당의 횡포를 당해봤던 ‘정신적 외상’ 때문이기도 하다.

교문위 추경심사의 야당 단독처리에 ‘인사청문회 보이콧’으로 응수한 여당은 새치기에 보복 운전으로 맞서는 도로 상황과 닮았다.

분명한 것은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로드 레이저’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일은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이다.

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