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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앞에선 ‘친구’라더니… 뒤 돌아선 “강간범 쫓아내”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서는 ‘친구’라고 부르더니, 곧장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초강경 반(反)이민정책을 발표했다. 뒤통수를 맞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8월 31일(현지시간)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린 이민정책 발표에서 “미국은 주권 국가로서 이민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서 “대통령이 된 첫날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들을 쫓아내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법 이방인(illegal alien)’, ‘범죄를 지은 이방인(criminal alien)’에 대해 관용은 없다며 “이제 불법 이민자 검거ㆍ석방이라는 악순환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불법이민 방지 대책으로 멕시코 접경지역에 ‘거대장벽’(Great Wall)을 건설하고, 이민심사에서 ‘사상검증’(Ideological Certification)을 실시하는 한편, 비자법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이민자의 범죄로 인해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을 무대 위로 올려 “오바마-클린턴의 열린 국경 정책의 희생자들”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는 잠깐이나마 이민자에 유화적으로 돌아서는 것 아닌가 했던 기대와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7월 전당대회 직후 무슬림과 이민자에 대한 강경 발언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이후, 히스패닉 표심을 잡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피닉스에서 이민정책을 발표하기 직전에 멕시코를 방문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난 것도 이런 행보 중 하나로 해석됐다. 비록 트럼프와 니에토 대통령은 이날 만남의 자리에서 장벽 설치와 이에 대한 비용 문제로 이견을 보이기는 했지만, 대체로 유화적인 분위기였다. 트럼프는 니에토 대통령에게 ‘친구’라고 표현했고, 멕시코인들을 ‘놀라운, 굉장한 사람들’ 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양국이 불법 이민 종식, 안전한 국경 확보, 마약범죄 조직 해체,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개선, 역내 제조업을 통한 부의 유지 등의 5가지 분야에 공동 대처함으로써 유대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니에토 대통령도 트럼프가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강간범’이라 한 것 등 과거 발언에 대해 앙금이 남아 있음을 비치기는 했지만 “허심탄회하고 건설적으로 공동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얼굴을 바꿔 이민자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니에토 대통령은 TV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니에토 대통령은 “트럼프의 정책적 태도는 멕시코에 거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나도 팔짱만 낀 채 아무 것도 안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그러한 위협은 맞서야 하고, 트럼프에게 그러한 방식은 양국을 위해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건설하는 길이 아니라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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