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포토에세이] 구름도 노닐다 가는 그곳…푸른 가을을 잉태하다
강릉 안반데기 고랭지배추밭


하늘 아래 첫 마을 안반데기의 여름 끝 자락은 올 여름을 강타한 폭염과는 거리가 먼 목가적 풍경이 가득한 곳이다. 해발 1100m 고원지대의 서늘함과 자외선이 따가운 햇빛, 태백준령 능선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사람을 맞이한다.

행정구역으로 강릉군 왕산면 대기리. 구불구불 비탈로 이어진 모습이 떡메를 칠 때 나무판을 이르는 ‘안반’을 닮은 언덕 이란 뜻의 ‘안반덕’이라 불렸으며 강릉 사투리로 ‘안반데기’라 칭해지면서 그게 마을 이름이 됐다. 안반데기를 둘러싼 옥녀봉과 고루포기산 사이에 약 195헥타르(ha)의 농경지가 있다.


화전 정리 사업이 한창이던 1965년 나라에서 국유지 개간을 허용하자 화전민들이 안반데기를 찾아와 국유지를 개간하고 감자와 약초를 심기 시작했다. 1995년 경작자들에게 매각이 돼 지금의 마을이 형성됐다. 강원도 감자 채종 단지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만 약초재배와 감자가 인건비가 많이 들고 저가 중국산 약초가 밀려들자 모두 접고 고랭지채소로 전환했다.

역시 어려운 농업 현장에서의 탈출구는 고랭지채소였다. 특히 여름배추는 재배도 쉽고 심고 수확 후 바로 팔 수 있어 소득에 도움이 됐다. 지금은 마을 전체가 배추와 양배추를 심고 있으며 고랭지 배추로 명성 높아지면서 최고 품질로 인정을 받게 됐다. 전국 여름철 채소값을 좌지우지 하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


지금 안반데기는 추석 출하를 앞둔 고랭지채소가 가득하다. 여름의 폭염을 이겨내고 한창 알이 영글고 있다. 일손이 달려 일하는 농부들은 강릉인력시장에서 사람을 구해 매일 이곳으로 와 잡초제거를 하고 있다. 대부분 마을 사람들은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에만 마을에 상주하고 겨울에는 산 밑 강릉에서 거주한다고 한다. 눈이 너무 많이 와 고립되기 일쑤이며, 겨울에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올 여름 유난히 심한 폭염에 전국 농산물이 녹거나 가뭄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것과 달리 강원 고랭지 안반데기 배추는 여름을 이기고 결실을 맺었다. 천혜의 자연이 주는 혜택을 먹으면서 말이다.


글ㆍ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