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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간도의 날①]‘덕혜옹주’ㆍ위안부…가깝지만 잊어버렸던 일제강점기史 뜬다
‘덕혜옹주’ 등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 새로운 ‘흥행 보증수표’

국정교과서ㆍ건국절 등 ‘논란’…관련 논쟁 이어지며 관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1. 직장인 박모(26ㆍ여) 씨는 최근 때늦은 일제강점기 역사 공부에 빠졌다. 영화 ‘덕혜옹주’를 보고 나서부터다. 평소 역사라면 지루하고 따분하다며 손사래부터 치던 박 씨지만 학교에서 배운 적 없던 흥미진진한 역사의 뒷이야기를 알아 기는 재미에 요즘 푹 빠진 것이다. 그는 “최근 ‘덕혜옹주’를 두고 역사 왜곡 논쟁이 벌이고 있다고 들었다”며 “전문가들의 모든 입장에 대해 집중해 듣고 공부하다보니 흥미를 느껴 하나둘씩 관련된 내용을 더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곧 개봉하는 영화 ‘밀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더 재미있게 보려고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의열단 활동에 대해서 공부 중”이라고 덧붙였다.

#2. 경기 수원에 사는 고등학생 양모(17) 양은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한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리는 정기 수요시위에 두 차례 참여했다. 수학에 관심이 많은 전형적인 ‘이과생’인 양 양은 평소 역사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8일 ‘한ㆍ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자연스레 접할 기회가 늘어났고, 관련 뉴스와 서적을 스스로 찾아보게 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양 양은 “최근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모르고 있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고, 지식을 습득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말고 직접 참여해 보자는 생각으로 수요시위에 참여하게 됐다”며 “최근에는 주변 친구들과 함께 관련 내용을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일 무력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활동을 그린 영화 ‘밀정’의 한 장면. [사진=헤럴드경제DB]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시간과 가장 가까운 과거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역사가 바로 일제강점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제강점기의 시대상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문화 콘텐츠가 속속 개발되고, 이 시기와 관련된 각종 사회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4일 문화계와 관련 학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하게 재조명되고 있는 역사적인 시기는 바로 일제강점기다. 그동안 현재와 가까운 시기다 보니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활발하게 조명되지 못한데다 상대적으로 다른 시기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도도 떨어진다는 일반적인 평가와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영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영화 ‘암살’의 경우 누적 관객 1270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흥행 순위 7위를 기록했고,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의 삶을 그린 ‘덕혜옹주’와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를 주인공으로 세운 ‘동주’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항일 무력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활동을 그린 ‘밀정’이 이달 초 개봉하고, 내년에는 강제징용자들의 모습을 담은 ‘군함도’라는 영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정치ㆍ사회적 이슈로 쟁점화되는 문제도 대부분 일제강점기 역사와 연관된 것이다보니 자연스레 이목을 끌고 있는 측면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 건국절 제정, 일제강점기를 포함한 근현대사 부분의 해석 논란이 벌어진 국정 교과서 제작 문제 등을 둘러싼 논쟁과 소식이 연일 매체를 통해 나오며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스스로 관련 내용에 대해 학습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의 심용환 소장은 “최근 역사 관련 도서 판매량도 다른 때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1년간 국정 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건국절 제정 논란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 이슈가 계속되면서 그동안 이 같은 이슈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조차 문제의식을 갖고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매주 수요일마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는 수요 정기시위의 모습.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이처럼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역사교육 강화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까지 제시되고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 일제강점기 시기에 대한 교육은 다른 시기에 비해 비중이 현저히 낮게 다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A 씨는 “올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 과목이 문ㆍ이과 공통 필수과목으로 바뀌는 등 역사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일제강점기만 놓고 볼 경우엔 현재 생존 인물과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보니 출제 비율이 최소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 고교에서는 수능 출제 비중이 낮다보니 교육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고, 중학교 등의 경우 교과서 배치 상 일제강점기는 학기 말 또는 학년 말에 배우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넘거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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