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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서운 노인들 ②] 노인이라도 죄 크면 무기징역 때린다
-노인 주범인 강력범죄 증가세, 폭력범죄부터 사기ㆍ위조까지 다양

-법원, 2014년 기소된 노인범죄 91%에 대해 양형 기준 준수

-‘상주 농약사이다’사건, ‘세월호 사건’ 등 연령 관계없이 무기징역도

-고령 피고인의 판단력 현저히 떨어질 때는 감형요소로 작용해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1. “형님, 제가 이길 수 있는 묘수를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지난 2014년 11월 정보지 판매원으로 일하던 70대 신모(71) 씨는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A(75)씨에게 접근해 이같이 말했다. 곧이어 신 씨와 그 일당은 A씨를 ‘내기장기’ 판에 끌어들였다. 신 씨의 공범 노모(73)씨는 일부러 장기에서 A씨에게 져줬다. 그러자 일당은 A씨에게 판돈을 보여줘야 이익금을 줄 수 있다며 5200만원을 인출해오게 했다. 이후 신 씨가 이익금 배분을 논의하자며 A씨의 관심을 돌렸고, 그 사이 노 씨는 인출한 판돈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총 7명의 70대 노인에게 1억79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대법원은 특수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씨와 노 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 지난 4월 A(80)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주민 B(92.여) 씨의 집을 찾았다. A씨는 B씨의 방에 들어가 옷을 벗기고 성폭행하려했지만, B씨의 격렬한 반항으로 미수에 그쳤다.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부장 김재호)는 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6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상해까지 입한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에게서 용서받지 못한 점 등에 비춰 원심의 형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노인범죄가 더욱 지능화되고 흉폭해지고 있다. 노인이 주범인 강력 사건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치밀하게 기획한 사기와 위조 사건까지 범죄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법원도 더 이상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처’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61세 이상 노인층이 저지른 강력범죄(폭력·흉악)는 2만 6574건으로 지난 2005년 1만 2581건이었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2014년 10대가 저지른 강력범죄(폭력·흉악)(2만 2510건)보다 118% 높은 수준이다. 재산범죄와 위조범죄도 2014년 기준 3만5211건과 2729건으로 전년에 비해 각 1.05배 정도 늘어났다.

늘어나는 노인 범죄에 대해 법원은 ‘고령’이라는 이유로 감형하기보다는 대체로 양형 기준을 준수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60세 이상 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양형 기준 준수율은 91%에 육박한다. 같은시기 20세 미만 청·소년 피고인에 대해서는 일부 권고형량보다 낮은 수준의 처벌이 내려져 양형기준 준수율이 84.4%에 그치고 있다. 법원이 노인 범죄를 엄정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살인 등 흉악범죄를 저지른 고령의 피고인들에게는 무기징역도 내려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사이다에 농약을 넣어 6명의 사상자를 낸 이른바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모(83·여)씨에게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박 씨의 나이가 고령인 점은 참작되지 않았다. 박 씨는 지난해 7월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농약을 몰래 넣은 사이다를 마시게 해 마을주민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세월호 참사 당시 배에서 먼저 탈출해 남아있는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70)씨에게도 무기징역을 내린 바 있다.

다만 고령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일 때는 재판부가 이를 감형 요소로 삼기도 한다. 
[사진= 노인 이미지.]

지난 5월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 이상훈)는 입원해있던 요양병원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미수)로 기소된 원모(91) 씨에게 “91세 고령으로 뇌경색증 후유증과 혈관성 치매를 앓고있어 자신의 행동 결과에 따른 판단 능력이 미약해보인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원 씨는 간호사와 병실 배정 문제로 말다툼을 한 뒤 이에 앙심을 품고 병원 복도 사물함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사와 일부 환자들이 원 씨의 범행을 목격해 소화기로 불을 꺼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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