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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진해운 물류대란은 ‘변양호 신드롬’의 산물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이 점입가경이다. 현재 각국 항만에서 입출항을 거부당했거나 가압류된 한진해운의 선박은 68척이나 된다. 전체 운항 선박의 절반이다. 용선료와 하역료를 먼저 받겠다는 소송이 줄을 잇는다.

이미 수출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실었던 물건을 받을 수 없으니 급하게 항공편으로 보내고 200배가 넘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는 기업도 있다.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11월 네 번째 금요일) 특수에 맞출 수 있을지 수출업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만 해운사인 ‘양밍’이 부산항 입항 선박을 늘리기로 하는 등 외국 해운사의 국내 해운업 물량 빼앗기도 본격화됐다. 이미 대형 국제 해운선사들의 주가는 반사이익을 반영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운임 상승으로 인한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커진다.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73%는 해상운송을 통해 이뤄진다. 영업이익률 대비 운송 관련 비용은 17.4%나 된다. 이 비용이 30% 오르면 영업이익 감소는 불보듯 당연하다. 반짝 활기를 보였던 8월의 수출 실적은 9월부터 완전히 얼어붙게 생겼다. 금융당국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밀어넣으면서 “해상 물동량 문제, 해운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등 금융,해운 산업 측면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했으며 준비한 대책에 따라 부작용에 대응하겠다”고 한 공언은 한마디로 구두선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현대상선의 대체선박 투입이나 각국 법원에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 신청은 완전히 실효성을 잃은 뒷 북이다.

정부의 구조조정의 원칙은 일종의 ‘고통분담’이다. 기업 스스로 책임 있는 자구노력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채권단의 정상화 지원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논리에만 치우친 그 원칙에 얽매이다보니 이같은 물류대란을 불러왔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데엔 도리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의 물류대란은 정책적 판단에 책임을 덮어씌워 열정적인 관료를 몰살한 ‘변양호 신드롬’의 결과다. 눈치보지 않고 정책적 판단과 결정을 내릴 관료가 사라져 생긴 폐해다. 원칙을 지켰다는 건 반대로 가장 확실한 변명일 뿐이다. 법적으로는 책임질 일도 없다. 지금 물류대란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원칙은 무엇인지, 왜 법정관리를 저울질하며 여러 달의 시간을 허송했는지 정부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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