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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조정 원칙 지켰지만…예상넘은 후폭풍…한진해운 물류대란 수습 고군분투 임종룡…
‘구조조정 원칙은 지켰지만, 후폭풍이…’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 불허 결정이 내려진 지 1주일이 흐른 6일. 지난달 30일 신규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을 내릴 당시 ‘대마불사’의 신화를 깨고 원칙에 따라 과감히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던 금융당국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져 있다.

한진해운 침몰의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단순히 한 대기업의 몰락이 아니었다. 한국경제의 몸통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경제의 근간인 수출의 길잡이를 담당하던 기업이 무너지자 당장 운임이 올랐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수출 물량을 내보낼 화주들은 배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배에 화물을 실어 보낸 화주들은 약속된 시간에 물건이 도착하지 못해 기업의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감이 떨어지자 일자리도 줄고 있다.


이를 다른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조선과 해운 등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다.

그는 현직 관료 중 최고의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힌다. 그의 과거 경력이 이를 대변한다. 임 위원장은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부의 금융기업구조개혁반 반장을 맡아 대규모 빅딜과 구조조정에 관여했다. 이때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 등을 챙기고 구조조정의 기본적인 형태를 만들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올해 초 부총리 후보로 하마평이 오를 당시 임 위원장 외에 기업 구조조정을 맡을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후보군에서 제외됐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그런 그가 이번 조선과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에서 줄기차게 강조해 온 게 있다. 다름 아닌 구조조정의 원칙이었다. 그는 “고통을 분담하고자 했던 기업은 살게 되고, 고통을 분담하지 않고 각자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기업은 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철칙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진해운 대주주의 고통 분담이 부족했다 판단한 채권단은 이에 따라 신규 자금 지원을 불허했다.

하지만,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후폭풍이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오자 이 원칙은 역으로 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원칙론이 위협받는 데 대한 소신을 분명히 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원칙을 지키는 노력이 폄하되면 제2의 ‘변양호 신드롬’이 된다”고 일갈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구조조정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원칙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그에게 남은 과제는 단 하나다. 점차 커지는 물류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법원과 협조해 최선의 대책이 무엇인지 찾는 길이다.

한진해운은 이미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된 만큼, 이제는 대주주의 책임론에서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는 협력업체들과 국가 경제를 위한 대의에 시선을 맞춰야한다.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에 대한 구조조정 원칙은 확실히 지켰다. 현 상황은 구조조정이 아닌, 국가 경제와 협력사를 살리는 차원이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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