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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1등의 저주’, 그리고 갤노트7
폴크스바겐, 도요타, GM의 공통점은 뭘까. 짐작하듯 글로벌 시장 1위를 질주하다 리콜 사태로 정상에서 굴러 떨어진 상처를 가진 기업들이다. ‘글로벌 1등은 리콜로 망한다’는 법칙이 회자될 정도로 한결같이 존망의 위기를 겪었다.

스토리는 2002년부터 시작됐다. GM은 점화 스위치의 결함을 알고도 숨겼다.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랐지만 묵살했다. 결함은 2014년 적발됐고, GM은 3000만 대를 리콜했다. 점화 스위치 한 개 가격은 30달러(3만4000원). 1조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여기에 벌금 9억 달러(약 1조250억원), 민사 소송 배상금 5억7500만 달러(약 6550억원)도 물어야 했다.

도요타는 2008년 GM을 누르고 판매대수 세계 1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2009∼2010년 가속페달 결함 때문에 사상초유의 대량리콜(1400만대)에 직면했다. 리콜과 배상, 벌금을 합쳐 약 40억달러(약 4조6천억원)를 내야했고, 도요타 사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갔다.

폴크스바겐은 도요타가 사상 초유의 대량리콜을 당하자 이 틈을 타 글로벌 1위에 도달하겠다는 의욕에 불탔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504만대를 팔아 도요타를 2만대 차이로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영화는 얼마 못갔다. 지난해 9월 디젤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벌금 180억달러(20조3천억원)를 포함, 340억 달러(38조4천억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에 가위눌렸다.

이들 기업이 차례로 리콜의 늪에 빠진 것은 조급함과 불안감에 초심을 잃은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폴크스바겐은 도요타가 틈을 보이자 미국에서의 디젤차량 점유율을 단기간에 늘리려 발버둥쳤고 결국 엄청난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말았다. 거대한 벽처럼 보였던 GM을 넘어선 도요타는 1위 자리를 굳히려고 양적 성장에 나섰다가 현지서 조달한 부품의 품질관리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작금의 삼성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의 원인도 폴크스바겐, 도요타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애플 보다 한발 앞서 뛰려다 사달이 난 것이다. 통상 9월 초에 신제품을 내는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해 당초 일정보다 10여일 앞당겨 출시했고 흥행가도를 달려갔으나 결국 배터리 불량에 멈춰섰다. 

도요타와 폴크스바겐은 대량 리콜 사태로 수십년간 쌓아온 ‘신뢰와 품질’이라는 공튼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삼성도 이번 리콜 파문으로 ‘애플이 따라올 수 없는 하드웨어’라는 명성에 흠집이 났다. 리콜 비용 보다 뼈아픈게 브랜드 파워의 추락이다.

GM은 2만여개의 자동차 부품 가운데 30달러 짜리 점화 스위치 하나 때문에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 삼성이 배터리 불량률 0.0024%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도요타가 리콜 사태를 딛고 세계 1위에 복귀한 것은 초심을 회복해 품질관리에 성공한 덕분이다.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은 늘 상대와 비교하면서 조급하고 불안하다. 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삼성이 애플의 동향 보다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데 역량을 쏟는다면 조기 출시 같은 마케팅 기법에 연연하지 않는 당당한 기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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