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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이 물로 한잔 주세요” 취향따라 즐기는 ‘물 바’가 뜬다
미국에 이어 영국 런던에서도 각종 물을 판매하는 물(water) 바가 지난 7월 오픈했다. 칵테일이나 와인등 다른 주류도 판매하지만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레이스 앤 스타크 바’(Ray’& Stark Bar)에는 물 전용 메뉴판처럼 각종 물을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물은 무미, 무취하다고 알려져 있다. “물맛 좋다!”라는 말이 있지만 물맛을 따지고 물맛에 감동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그런데도 물의 맛과 영양을 따지고 고객에게 물을 서비스하는 ‘물 소믈리에’가 등장하는 등 물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레이스 앤 스타크 바의 물 소믈리에인 마틴 리스는 “물마다 미네랄의 함유량이 다르기 때문에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각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식수 브랜드마다 물 맛과 영양, 그리고 다른 음식들과의 조합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말했다. 



미네랄이 풍부할 수록 물은 다양한 맛을 띠게 된다. 물에 철과 구리가 포함돼 있으면 금속취(냄새)가 나고 칼슘과 마그네슘이 많으면 쓴맛, 칼륨과 나트륨이 있으면 짠맛이 난다. 때문에 보통 ‘물맛이 좋다’라고 할 때 이는 물의 체류 시간이 짧아 비교적 미네랄이 적은 대신 급수가 높은 물을 뜻한다.

물의 텁텁한 맛은 마그네슘과 칼슘의 함량의 합을 ‘경도’로 구분한다. 경도가 0~50㎎/ℓ(ppm) 사이면 그 물을 ‘연수’, 50~100㎎/ℓ(ppm)면 ‘약연수’, 150~250㎎/ℓ(ppm)면 ‘보통 경수’, 250㎎/ℓ(ppm) 이상이면 ‘경수’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의 체류 시간이 짧아 미네랄이 적은 ‘연수’가 많은데, 한국 사람 대부분이 연수에 익숙하기 때문에 경수를 ‘맛이 나쁘다’라고 인식하고는 한다. 이외에도 수원지의 산도와 염분도 물맛을 결정한다.

우리가 물을 지하수, 해양심층수, 빙하수, 탄산수, 이온수 등으로 나눌 수 있는 것도 물을 어떻게 추출했느냐에 따라 경도와 미네랄 성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비나 눈, 우박 등이 땅속에 녹아들어 스스로 정화된 물인 지하수는 피부나 손톱, 머리카락을 건강하게 하는 천연 미네랄 성분인 실리카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지하수는 경수로 분류되기 때문에 맛이 쌉살하면서도 청량감이 높다.

태양광이 미치지 못하는 수심 200m 이상의 심해에 추출한 해양 심층수는 인체 내 수분과 유사해 체내 흡수가 빠르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더글러스 킨 박사 연구팀은 지난 7월 해양심층수와 스포츠 음료, 광천수의 수분흡수 효율을 비교해 해양심층수가 운동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우수하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킨 박사의 연구논문은 국제스포츠영양학회지에 게재됐다. 해양심층수에는 미네랄, 영양 염류(바닷물 속의 규소, 인, 질소 등)가 풍부하다. 해양심층수는 상쾌한 맛이 나 동치미나 냉면 육수를 만들 때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과 이산화탄소가 결합된 약산성의 물인 탄산수가 대부분인 유럽에서는 탄산수가 높은 인기를 누린다. 유럽은 석회질 암반으로 이뤄진 지형이 만항 물 속에 석회 이물이 많은 편이다. 특히 석회수에는 수산화칼슘이 함유되는데, 이는 복통을 유발하고 텁텁한 맛을 낸다. 탄산수의 주 성분인 이산화탄소(CO2)는 석회질의 주성분인 수산화칼슘(Ca(OH)2)과 만나면 탄산칼슘(CaCO3)을 만든다. 불용성인 탄산칼슘은 물에 녹지 않고 가라앉기 때문에 탄산수를 마시면 석회질이 빠져 텁텁한 맛이 안나고 복통도 느끼지 않게 된다. 약 산성의 이산화탄소의 기포는 장 운동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에 육류나 기름진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

물 소믈리에들은 이러한 물들의 특징을 활용해 고객의 입맛에 맞는 물을 제공하거나 부족한 영양소를 첨가해 판매하는 데 집중한다.

미국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의 물 전용 카페 ‘몰큘’(molecule)은 똑같아 보이는 물들을 섞어 판매하는 ‘물 칵테일’로 유명한 물 전용 카페다. 고객들 취향에 따라 물에 비타민 A, B, C, D, E 또는 허브, 과일, 버섯 성분 등을 첨가한다.

하지만 과도한 상술은 금물이다. 몰큘은 물 한잔(453mL)에 2달러 50센트(약 2800원)를 받아 지역언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카페 주인은 자체개발한 정수자치를 통해 특별한 물을 만든다고 강조했지만 주민들은 “물은 물이다”라고 반발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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