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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동물원
아침식사를 하며 낙타ㆍ얼룩말ㆍ코끼리를 구경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프리카 대지 혹은 중동의 사막을 활보해야 하는 동물을 우리에 가두고 즐기는 망중한은 꿈같은 얘기일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는 근대 최초의 동물원으로 기록된 쇤브룬동물원(1752년 개장)의 정원에서 이런 호사를 누렸다. 남편(프란츠 1세) 잘 둔 덕에 팔자 좋은 여성처럼 역사에도 한 줄 기록됐다.

대중에 개방된지 188년 된 영국의 런던동물원은 세계 최대 규모 동물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종(種)만 800개 이상이고, 2만마리가 넘는 동물이 산다고 한다. 런던동물원은 유럽내 동물원 유행화(化)의 출발점이 됐다. 힘 좀 쓰던 유럽국가들은 앞다퉈 동물원을 세운 모양새였다. 동물원을 채운 콘텐츠는 아시아ㆍ아프리카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동물원은 국력의 상징, 약탈의 증거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런 동물원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째려볼 필요는 없다는 해석도 있다. 대만 소설가 나디아 허가 쓴 신간 ‘동물원 기행’에 따르면 런던동물원은 학자의 연구활동을 장려했다. 멸종위기 동물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최고의 동물원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요즘 ‘동물원론’이 ‘핫’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가공인 동물원’이라고 일갈하면서다. 현 정권 수장의 트레이드마크격 사업을 한껏 낮춰잡은 걸로 해석되면서 그 ‘동물원’에 관계된 사람들이 발끈하고 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을 지낸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도 “대기업에 포획된 국내 벤처는 동물원 동물”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이공계 분야에서 내공을 갖춘 걸로 평가되는 이들이 벤처 생태계의 문제점을 한결같이 지적한 셈이다. 되짚어 볼 점은 되돌아보고 그런 ‘동물원’이 되지 않게 경계로 삼으면 될 일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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