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난자 없이 정자만으로 새끼 쥐 태어나
-영ㆍ독 연구팀, 난자 아닌 ‘유사 배아’에 정자세포 주입으로 건강한 새끼 쥐 만들어 내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영국과 독일 연구팀이 난자 없이 정자만으로 새끼 쥐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 쥐는 다른 일반 쥐와 마찬가지로 건강하게 평균 수명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배스대 앤서니 페리 박사와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크리스토프 클라인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난자가 아닌 ‘유사 배아’에 정자세포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건강한 새끼 쥐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유사 배아는 미수정 난자를 화학물질로 조작해 만든 것으로 일종의 무성생식(처녀생식) 배아를 의미한다.

이런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지난 2월 중국 난징대학 연구팀은 정상 정자가 아니라 쥐의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정자를 암쥐의 난자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새끼를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난자가 필요했다.

또 기존에도 난자를 일종의 ‘화학적 속임수’를 이용해 수정 과정 없이 배아로 발달하도록 하는 방법은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무성생식 배아들은 정자에서 유래된 핵심 세포 발달 요소가 없기에 보통 태어난 쥐가 며칠 만에 죽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팀의 새끼 쥐의 경우 배아가 발달해 건강하게 태어났다. 유사 배아 주입으로 건강한 새끼 쥐로 태어날 확률은 24%로 높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페리 박사는 “과학자들이 1827년 포유류 난자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50년 뒤 정자와 난자의 수정 과정을 관찰한 뒤 오직 정자세포와 수정한 난자세포만 살아있는 포유류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 정설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그 정설을 200년 만에 뒤집은 셈”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험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지는 않았지만 난자세포가 사용되기는 했다. 그렇지만 화학물질로 조작해 만든 이 유사 배아들은 피부세포 같은 일반 세포들과 특징이 거의 같다. 이론상으로 피부세포로 난자를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남성 동성애자 커플 중 한 명의 세포로 난자를 만들고 다른 한 명의 정자를 이용해 후손을 태어나게 할 수 있음을 뜻한다. 아예 한 명의 남성이 자신의 세포와 정자만으로 자기와 닮은 ‘이란성 쌍둥이’를 낳을 수도 있다.

페리 박사는 “물론 아직은 먼 미래에 가능할 수도 있을 일”이라며 “기술적으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지난 13일 게재됐다.

iks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