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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 상흔 어루만진…한국 분단문학의 큰 별 지다
‘판문점’ 소설가 이호철 별세
분단 비극 생생히 세련되게 표현
민주화 등 정치적 현실에도 관여
유럽·영미권서 작품 출간 ‘호평’



분단의 현실을 삶과 문학을 통해 일관되게 증언해온 분단문학 작가 이호철 <사진>씨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해 18일 오후 7시 32분 은평구 한 병원에서 타계했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 태생인 고인은 열아홉살에 한국전쟁에 인민군으로 동원돼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뒤 이듬해 1·4 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5년동안 북한 체제에서 살았던 경험과 전쟁, 그리고 분단은 그의 삶과 문학을 관통했다.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소설 ‘탈향’을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60여 년간 장편소설 ‘소시민’, ‘서울은 만원이다’, ‘남풍북풍’, ‘門’, ‘그 겨울의 긴 계곡’, ‘재미있는 세상’, 중·단편소설 ‘퇴역 선임하사’, ‘무너지는 소리’, ‘큰 산’, ‘나상’, ‘판문점’,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 등 수십 편의 작품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쟁과 남북 분단 문제에 천착해왔다.

고인은 민주화운동 등 정치적 현실에도 깊이 관여해 1974년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서명을 주도했다가 이른바 ‘문인간첩단사건’으로 옥고를 치렀으며,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투옥되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남북 분단의 비극을 생생하면서 세련되게 표현해온 그는 평소 “현장의 삶과 밀착한 데서 나오는, 삶에서 나오는 육성이야말로 문학의 본령이다”며 현장문학의 가치와 역할을 강조해왔다.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대산문학상, 3·1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4년에는 독일어로 번역된 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으로 독일 예나 대학이 주는 국제 학술·예술 교류 공로상인 ‘프리드리히 쉴러’ 메달을 받기도 했다.

고인의 작품은 가까운 중국, 일본은 물론 독일,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등 유럽과 영미권 10여 개국에서 번역·출간돼 호평을 받았다. 고인은 독일과 헝가리,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초청돼 낭독회를 열고 분단의 현실을 세계에 알리는데도 열을 다했다.

2011년에는 팔순을 기념해 고인을 따르는 문인, 예술인 등을 주축으로 사단법인 ‘이호철문학재단’이 발족했으며, 최일남·한말숙·이어령·문덕수·신봉승·한승헌·김승옥 등 선후배 문인이 글을 모아 기념문집 ‘큰산과 나’를 내기도 했다. 고인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한국소설가협회 공동대표, 한국문인협회 고문 등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민자 여사와 딸 윤정 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21일 오전 5시, 장지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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