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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임의 모든 것 ①] 한국청소년, 아직도 “피임이 뭔가요”
-성교육때 “성관계는 성인 돼서…” 만 가르쳐…인터넷서 얻은 잘못된 정보 의존도…‘세계피임의 날 ’ 되돌아본 피임의 역사


#. 대구에 사는 중학생 이모(15)군은 학교에서 받는 성교육 시간에 엎드려 잔다. 그냥 운동장에 나가서 축구나 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별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다. 선생님은 성인이 돼서 성관계를 하라고 한다. 이미 주변에 빠른 친구들은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 얘기가 훨씬 재미있다.

‘세계 피임의 날’이 26일로 제10회를 맞았다. 여성의 인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도 피임에 대한 무지와 오해가 만연하다. 젊은 기혼자들에서는 맞벌이 등 주변 상황에 따른 피임이 이뤄지면서 피임 상식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청소년 임신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정도다.

실제 김은애 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 교수 등 3명이 최근 수행한 ‘청소년 여성의 성교육 경험 및 피임제 인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은 대부분 사후피임약 구입에 처방전이 필요한 사실을 몰랐다.

피임 관련 정보 역시 ‘불확실한 통로’에 의지했다. 사전ㆍ사후 피임약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사후에 복용하는 피임약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들은 피임약 복용을 꺼리는 이유로 ‘건강을 해칠 것’이란 불안과 불임 등 부작용을 꼽았다. 



기원전부터 시작된 피임의 역사

피임에 관한 가장 오래된 의학 기록은 B.C. 1850년 이집트의 아메넴하트(Amenemhat) 3세의 통치시절 페트리 파피루스(Petri Papyrus)에서 발견됐다. 악어의 똥과 아교 같은 물질을 배합해 쓰기도 하고 질을 자극하는 모종의 물질과 함께 벌꿀이나 탄산나트륨을 배합하기도 하며 기름지고 껌 같은 물질을 배합하기도 해 이를 성교 전에 질 내에 삽입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방법들이 과학적으로 타당하진 않았으나 당시에도 임신을 피해보려는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주술적인 방법으로 피임을 유도하려고 했던 기록도 있다. 예를 들면 겨자씨를 갈아 참기름에 녹여 월경 중인 3일 동안 복용한다든가 삽입 직후에 뒤로 일곱이나 아홉 걸음을 팔짝 뛰면 임신을 피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다. 지금은 웃어 넘길 법한 처방이다.

로마제국 전성기 때에도 석류껍질을 갈아 포도주와 생강, 익지 않은 오배자와 혼합해 작은 공처럼 빚은 후 말려두었다가 성교 전에 질 내 삽입해 피임하는 방법을 썼다는 기록이 있다. 그 외 유산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아랫배를 마사지하거나 여러 가지 식물성 제제를 만들어 질 내에 삽입시켰던 기록이 있다.

근대적인 피임법들은 19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질외 사정, 금욕, 질 내 삽입제제들 및 인공유산 등의 개념들이 통용되기 시작했다. 1879년 영국인 약사인 렌덜이 질좌약식 피임제를 최초로 만들었다. 영국에서는 아직까지도 렌델씨 좌약이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콘돔의 역사는 1840년대 고무의 발명으로 보편화됐으며 페서리(고무로 된 반구형의 피임 기구로 자궁경부의 입구를 막아 정자의 진입을 차단)는 독일의 의학자 하세에 의해 개발됐다. 1906년 살정 젤리의 생산에 이어 여러 형태의 질 좌약식 제제들이 생산됐다. 1960년대에 피임법의 혁명이라고 볼 수 있는 피임약과 자궁내장치(루프), 수술적 단산법들이 이용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게 됐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피임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각 방법마다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이 있어 피임 실패율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당사자의 체질이나 처한 상황에 맞는 피임법을 택해 늘 신경을 기울여야 실패가 없다.

정충의 생산이나 정충의 기능을 방해하는 약물학적 방법, 정관으로 지나가는 정충을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정관수술은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적 방법), 좀 더 완벽한 질내 삽입식의 살정제 혹은 차단제의 개발, 장기 활동의 스테로이드제(주사, 삽관 등), 면역학적 방법(태반 착상 시의 항체형성, 정충에의 항체형성 등) 등이 연구되고 있다.


생리와 임신의 원리부터 알아야

여성이 생리를 시작하는 것은 임신이 가능한 성숙한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걸 의미한다. 보통 생리를 처음 시작해 폐경기를 맞을 때까지인 15~44세를 가임 여성이라고 한다.

생리주기는 평균 28일 정도이며 매 주기마다 여성의 자궁양쪽에 있는 난소 중 한쪽 난소에서 난자를 나팔관으로 배출하는데 이를 배란이라고 한다.

배란된 난자는 나팔관으로 들어가는데, 이 때 남녀간에 성관계가 이뤄져 남성의 음경에서 배출된 정자가 여성의 질과 자궁을 통해 나팔관으로 이동해 여성의 난자와 만나면 수정이 된다. 이렇게 수정된 수정란이 여성의 자궁에 이르러 착상돼 아기로 자라게 된다.

즉, 배란기에 남녀의 성관계를 통해 나팔관에서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되면 이 수정란이 자궁 내에서 착상해 임신이 되는 것이고, 만약 수정이 되지 않으면 증식된 자궁내막이 탈락돼 출혈이 되는 게 바로 생리다.

여성의 몸 속에는 생리를 조절하는 두 가지의 호르몬이 있다. 하나는 에스트로겐이고 또 하나는 프로게스테론이다. 이 두 가지 호르몬에 의해 여성의 생리주기가 조절된다. 에스트로겐은 생리주기의 전반부에 증가해 자궁내막을 두텁게 하고, 프로게스테론은 생리주기의 후반부에 증가해 두텁게 준비된 자궁내막을 유지 발달시켜 수정란의 착상이 잘 되도록 준비 하는 역할을 한다.

수정과 착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이 두 호르몬이 감소해 자궁내막이 탈락돼 몸 밖으로 빠져 나오게 되며, 임신이 됐을 때는 두 호르몬이 증가돼 수정란이 태아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태반을 유지하며 더 이상의 배란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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