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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강진 시 한반도 교통 마비…전국 교량 1300개 지진 ‘무방비’, 곳곳 고립 위험
-전국에 ‘내진불량’ 교량 1321곳…25%(326곳)가 최근 강진 발생한 경상도 일대에 집중

-추가 강진 발생 시 ‘동일본 대지진’ 같은 이재민 고립사태 발생 가능성…물류ㆍ산업 ‘올스톱’ 우려도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한반도 방방곡곡을 잇는 고속ㆍ일반국도의 주요 다리(교량) 1300여개가 지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진도 5.8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경상도 일대(경상남ㆍ북도, 대구, 울산 등)에 ‘내진불량’ 교량의 25%(총 326개, 고속국도 교량 71개ㆍ일반국도 교량 255개)가 집중됐다. 한반도를 횡으로 가르는 양산ㆍ옥천ㆍ추가령 단층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지역이 고스란히 고립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1단계)’의 추진실적은 단 17.5%에 머물렀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내진 미반영 교량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교량은 전국에 1321개(고속국도 교량 360개, 일반국도 교량 961개)에 달했다.

고속국도 교량 360개를 따로 들여다보면, 수도권의 심장부인 강남ㆍ강동권역에서 내진설계 미반영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양재육교’가 서울과 부산 방향 모두 내진성능이 없었고, 강동구 상일동의 상일 인터체인지(IC) 5교, 강일교 등 5곳에도 내진설계가 반영돼 있지 않았다. 경기권역에서는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 자유로 IC 교량과 용인 수지 신대교, 성남시 분당 삼평1교 등 115개 교량이 내진불량이었고, 최근 지진피해를 입은 경주지역에서도 경주 IC 육교(경주시 율동), 건천 IC 육교ㆍ금척교(경주시 건천읍), 광명교ㆍ광명육교(경주시 광명동) 등 8개 교량의 부실사례가 드러났다.

일반국도 교량은 내진설계 미반영은 물론, 노후화 문제도 심각했다. 내진불량 판정을 받은 961개의 교량 중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교량’ 이상은 총 165개(1986년 준공분까지 합산)로, 전체의 17.1%에 달했다.

특히 노후화와 내진불량이 겹친 ‘초위험 교량’ 중 35.8%(59개)가 최근 강진과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경상도 일대에 몰려 있었다(경상북도 36개, 경상남도 23개). 건설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교량의 설계 수명은 규모와 공법에 따라 최소 50년 이상이지만, 실제 수명은 평균 30년 안팎에 그친다. 다음으로 초위험 교량이 많은 지역은 전라권역(총 42개, 전라남도 20개ㆍ전라북도 22개), 충청권역(총 30개, 충청북도 18개ㆍ충청남도 12개), 강원도(21개), 경기도(12개), 울산(1개) 순이었다. 주요 거점도시에서 지방으로 진입하는 고속국도의 교량은 물론, 지역 내에 거미줄처럼 퍼진 일반국도 교량도 지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문제는 유사시 이들 교량이 재난지역의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한 ‘구호로’로도 활용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에서는 철도와 도로가 끊겨 이재민 20만여명이 생필품난에 시달린 바 있다. 고립된 피난소에 구호물자가 전달되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양산ㆍ옥천ㆍ추가령 단층에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추가로 발생한다면, 경상도와 강원도 일대가 사실상 완전고립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 구조조정 대상인 조선ㆍ해운산업뿐 아니라 자동차, 철강 등 주요 기간산업이 몰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산업기반이 송두리째 멈춰 설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우리나라 지진대응관련 주요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지진재해대책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수립,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단계 작업을 완료했지만 추진 실적은 당초 목표 대비 17.5%에 머물렀다(재정투자 계획액 3조 251억원 중 5319억만 투자, 2015년 10월 말 기준). 이 외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안전처가 최근 3년간 지진 관련 예산을 1409억원 요청했으나 실제 반영된 것은 76억원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최근 경주 지진사태를 계기 삼아 전국 고속ㆍ일반국도 교량 등 국토교통부 소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물에 대한 대대적 안전점검에 나서야 한다”며 “국토부는 내진보강계획 및 기준을 현실성 있게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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