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영란법 첫날 ②] 법조계도 긴장과 혼란… “우리도 잘 몰라요?”
-‘스폰서 파문’으로 몸살 앓은 법조계 “일단 조심”

-김영란법 사건 처리 놓고 판ㆍ검사들도 고민

- 檢 “판례가 많이 쌓여야 객관적 기준이 설 듯”


[헤럴드경제=김현일ㆍ고도예 기자] 김영란법 시행일인 28일 법조계는 긴장과 혼란 속에서 첫 날을 맞았다.

올해 쉴새없이 터진 법조 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만큼 김영란법을 받아들이는 법조계의 자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부정 청탁을 받은 전직 검사장과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 기소되고, 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법조계의 각 수장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김영란법과 마주한 법조인들은 첫 처벌 사례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더욱 자세를 낮추고 있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된 법원과 검찰은 시행 첫날인 28일 긴장과 혼란이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미 대법원은 내부 지침을 통해 판사들에게 현재 자신이 맡은 재판과 무관한 변호사와도 식사비를 ‘더치페이’하라고 주문했다. 나중에 다른 재판에서 마주칠 수 있는 만큼 먼저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검찰청도 27일 지침을 통해 검사가 검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사건 종결 후 5만원 상당의 식사 접대를 받으면 과태료 대상이 된다고 고지했다.

법원, 검찰과 자주 교류를 하는 변호사 단체 등 유관 기관들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 변호사 단체 관계자는 “우리가 주최하는 학술 세미나에 판사들이 참석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할 지 고민이 된다”며 “최근 모임 때에는 법원 쪽 분들과 아예 식사를 따로 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법조계의 학벌주의가 더 팽배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다른 모임이 줄어들고 인간관계가 끊기면 자연스레 학교 동창회로 몰릴 수 있다. 그럼 학맥이 더 끈끈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전관예우를 비롯한 법조계의 고질병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건 부당수임이나 접대문화 등 법조계의 병폐가 해소되는 좋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재경지검에 근무하는 검사도 “김영란법을 계기로 우리가 익숙했던 문화나 관행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장기적으로 사회의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라며 “일단 저녁 약속부터 줄어들어 저녁이 있는 삶이 현실이 될지 관심이 간다”는 견해를 내놨다.


한편 법원과 검찰은 공공기관으로서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자 동시에 법을 집행하는 이중적 지위에 놓여 있다. 직원들 내부 단속도 하면서 향후 접수한 김영란법 사건도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라 그만큼 심리적 부담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기준 금액이 있는 금품수수 사건과 달리 부정청탁 사건은 청탁의 유형이 각 기관마다 다를 수 있어 일정한 기준을 정하는 게 어렵다”며 “법원의 판례가 쌓여야 그나마 객관적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이제껏 다뤄보지 않은 생소한 사건들이라 어떤 기준을 갖고 판단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며 “재판부마다 판결이 엇갈릴 수도 있어 머리가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결국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선 우선 법조계가 관련 사례부터 축적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김영란법 시행으로 빚어진 혼란이 가라앉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