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맛(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 바다출판사)=오후4시 이자카야의 포렴을 가르고 들어가 마시는 술은 어떤 맛일까. 포렴이 걸리자마자 바로 들어갔을 때와 해지기 전, 손님이 가득해 떠들썩한 저녁 7~8시의 맛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맛과 인생을 버무려내는 매력적인 글쓰기로 잘 알려진 저자는 오후4시 이자카야의 맛은 우월감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특별한 맛이다. 책에는 저자가 순간순간 만났던 맛의 기억이 맛깔스런 언어로 소개돼 있다. 쓸데없는 군짓을 하지 않는 산나물의 맛, 어릴 때는 알 수 없는 아련하고도 희미한 맛, 어른이기에 만끽할 수 있는 술안주의 맛, 계절을 기다리고 배웅하는 맛 등 섬세한 맛의 결을 글에서 느낄 수 있다. 먹지 못하는 맛, 얄미운 맛, 냄새의 맛, 따스한 맛 등 문학적 재치가 돋보이는 글은 읽는 맛을 더한다. 예민한 미각의 소유자이지만 잰체하거나 내 취향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가의 큰 미덕. 맛을 순례하는 작가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편 한편 짧은 소설처럼 읽힌다.
▶물리 오디세이(이진오 지음, 한길사)=대치동 인기 강사인 저자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물리학 입문서. 흔히 물리학은 교실에서 수식을 외워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목으로만 인식돼온게 사실. 이 책에는 수식이 거의 없다는 게 우선 흥미롭다. 운동량 개념과 뉴턴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을 설명할 때 뿐이다. 수식 대신 저자가 택한 방식은 스토리텔링. 운동량은 무엇을 가리키는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한 개념인지, 이 개념의 등장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 일상에서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등을 충분히 설명해나간다. 또 입자를 설명하면서 자유의지에 대해 묻거나 파동을 설명하면서 관찰과 실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묻는 등 개념을 확장해 나감으로써 사고의 깊이까지 더해준다. 다른 책에서는 찾기 힘든 다양한 예시가 등장하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캐릭터를 비롯해 다양한 삽화도 넣었다.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해당 장 뒤에 ‘조금 더 생각하기’러눈 부록을 넣어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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