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400대 1’ vs ‘청약자 0’…서울은 광풍 지방은 한파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서울은 뜨겁고 지방은 차갑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에 나선 서울과 지방 중소도시의 온도 차는 컸다. ‘430대 1’과 ‘청약 제로’. 수도권 지역의 과열과는 정반대로 지방 중소도시의 얼어붙은 청약시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8월 말 기준 4만1천206가구였다. 지난 2014년 말 2만565가구에서 지난해 말 3만875가구로 증가한 이후 더 늘었다. 20개월 만에 2만641가구가 증가했다. 같은 시기 서울은 반대였다. 2014년 말 1천356가구에서 8월 말 현재 372가구로 줄었다. 청약시장이 극과 극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서울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3.3㎡당 평균 4000만원을 웃돌 정도로 폭등했다. 일부 단지는 1억 가까이 올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청약시장의 열기도 여전하다. 강동 고덕주공 2단지 아파트를 재건축한 ‘고덕 그라시움’은 1621가구 분양에 3만6000여 명이 몰렸다. 올해 서울에서 공급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많은 청약자 수를 기록했다.

단 11가구를 모집한 서초구 ‘아크로 리버뷰’ 78㎡A형은 당해지역에서 4733가구가 접수해 430.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마포구 ‘한강 아이파크’ 59㎡A형이 122.6대 1을 기록했다. 서울 곳곳에서 이른바 ‘광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미분양 관리지역이라는 정반대 정책은 한국 부동산시장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약시장의 온도 차는 크다.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는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청약자 제로와 미분양의 덫에 갇혔다.   [사진=123RF]

강남발 재건축 열기의 불씨는 청약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높은 분양가는 주변 집값을 끌어올렸다. 악순환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을 투기 과열 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 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5년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는 이른 한파가 매섭다. 지난달 충북 진천에서 270가구를 분양한 건설사는 ‘청약자 제로’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2순위에서도 청약자는 1명에 불과했다. 4월 제천에서 740가구를 분양한 건설업체도 청약자를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지난달 60가구를 분양한 강원도 삼척의 한 아파트도 청약자가 1명에 그쳤다. 업체 한 관계자는 “도무지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북 김천, 경남 거제, 경북 포항 등에서도 지난달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업체들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중순까지 견본주택을 열면 장사진을 이뤘던 청주도 차갑게 식었다. 지난해 말 분양에 나선 한 단지 당시 3.2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 미분양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앞서 전국 24개 지역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청주, 제천, 광주 북구, 경북 영천, 경남 김해 등 지방 16곳이 포함됐다. 서울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검토와 대조적이다.

지역의 한 분양 관계자는 “1년 넘게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 지방에선 수도권 일부 지역의 열기는 남 얘기”라며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미분양 관리지역 등의 정반대 정책이 현재 부동산시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