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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물 끼얹은 강남 재건축... 개포, 잠실 급매물 잇따라
-개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시세 연이틀 하락

-정부 규제 수위에 촉각…매수자는 ‘관망’

-정부 ‘오락가락’ 태도에 “본격 조정은 없다” 낙관도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정부가 서울 강남에 한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규제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강남 재건축 주택 매물이 눈에 띄게 늘고 매수는 사라졌다. 환부만 도려내겠다는 정부의 ‘외과 수술식’ 처방의 표적이 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재건축 단지들은 정부 규제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숨을 죽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주택 시장 전반의 침체를 우려해 규제의 초점을 전매제한과 재당첨 금지 등 분양시장에 우선 맞출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면서 본격적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많다. 앞서 ‘8ㆍ25 가계부채 대책’ 때 전매제한 조치가 빠지는 등 정부의 애매한 태도에 대한 학습 효과 때문이다. 
[사진=몇개월 사이 3억원이 급등한 강남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정부의 규제 발언에 하룻만에 수천만원씩 꺾였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잠실주공5단지 중개소<사진> 등 현지 중개소들에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19일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상가 내 중개소들에 따르면 전용 50㎡(15평 A)의 최저가 시세가 지난 17일 하룻만에 최대 8000만원 내렸다. 평형 신청과 동ㆍ호수 추첨이 끝나 가구마다 매매가는 제각각이지만, 전체적으로 17~18일 이틀 연속 500만~2000만원씩 호가가 낮아졌다.

개포동 J중개소 관계자는 19일 “최근 하루 이틀 사이에 우리 업소로 매물이 5~6건 나왔는데, 상가 내 중개소가 40군데이니 전체 매물은 훨씬 많을 것”이라며 “(정부 규제 발언 이전엔)매물이 없었는데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대표적인 투기과열 지역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아파트의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또 다른 K중개소 관계자는 “팔아달라거나 걱정스러워하는 매도자 전화는 엄청 많아졌고, 매수하겠다는 사람은 없어서 거래가 수월치 않다”며 “당분간 거래가 없으면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매매대금을 일시불로 한번에 요구하거나 잔금일을 계약일로부터 일주일 이내로 설정한 급매가 나오고 있다. 빨리 팔아 빨리 빠지겠다는 의도다.

개포주공1단지는 대표적인 투기 과열 단지로 꼽힌다. 상반기 인근 2단지(래미안블레스티지), 3단지(디에이치아너힐즈)가 성공적으로 분양된 뒤 개포지구 ‘대장’ 격인 1단지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해 3.3㎡ 당 매매가격이 7943만원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1년 새 가구 당 평균 3억원 가량 올라 있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 최저가 시세. [자료 =서울부동산광장, 현지 중개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조합설립인가가 난 재건축 단지는 입주 시까지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된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등 상당기간 속앓이를 한 경험이 있다. 정부가 어떤식으로든 규제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시장은 정부의 구체적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관망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오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가격이 미끄러졌다. 현지 중개소에 따르면 전용 112㎡~119㎡(33ㆍ34ㆍ36평)의 시세가 17~18일 이틀새 2000만~3000만원 내렸다. 112㎡의 경우 올 1월에 12억원에서 이 달 최고 15억4500만원까지 올랐다가 지난주 15억3000만원, 이번주 15억원으로 연거푸 하락했다. 잠실동 J중개소 관계자는 “매물의 절반 가량이 가격을 낮춰 내놨다”며 “송파구는 분양시장 폭등지역이 아닌데 강남, 서초와 같은 취급을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잠실주공 5단지는 ‘최고 층수 50층, 용적률 400% 이하’의 개발계획안이 다음달 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오를 예정이어서,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관망세가 한달 가량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규제 검토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곳도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7차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다. 인근 S중개소 관계자는 “14억3000만원 하던 35평이 17억원에 매물로 나왔다”며 “달리 매도 문의 전화도 없고, 규제에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압구정 구현대 인근 A중개소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 조합설립이 난 곳들이 타격을 입기 때문에 아직 그 단계는 아닌 압구정은 잠잠하다”고 했다.

강남 중개소들 사이에선 규제 영향이 일시적 가격 조정에 그칠 것이란 낙관론이 퍼져있다. 정부가 주택시장의 비정상 상황을 강남 재건축의 국지적인 문제로만 보고 있으며, 전체 경기 위축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무부처가 수요 관리 카드를 꺼낸 건 이 정부 들어 처음 아니냐”며 “당장 강한 규제를 내놓기 보다 수요 관리로의 정책 전환 의지, 그래서 언제든지 과열지역에 대해 수요관리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여준 의미”라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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