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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복권, 새로운 비전과 역할을 논의할 때
2004년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정을 통해 복권위원회가 설립되고 복권시장이 정비된 지 12년이 지났다. 과거 10개 부처, 61개 복권상품이 난립해 온 복권시장을 복권위원회로 통합하여 복권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여 왔다. 복권의 운영시스템도 국산화하여 우리 복권산업의 존립 기반도 확고히 하였다.

또한 복권을 통해 약 14조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약 10만호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서민 주거안정 지원에도 중요한 기여를 해 왔다. 이와 함께 한부모가족 등 저소득ㆍ소외계층의 복지 증진에도 큰 보탬이 되어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대로 안주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제 우리 복권은 제도 정착의 시기를 넘어 한 단계 더 발전을 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고사성어도 있지만, 우리나라 복권시스템이 국민의 사랑을 더 받고 나아가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는 산업으로서 성장하려면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복권을 통해 조성한 기금은 역사적으로 국가적 사업에 있어서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는데 사용되어 왔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진시황제의 만리장성 건축을 위한 복표 발행이나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발행한 로마재건 복권 등이 그 예이다.

근대 들어서는 미국이 복권기금을 교육사업에 투자하여 하버드 등 명문대학의 설립토대를 마련하였고, 호주의 오페라하우스 건축, 홍콩의 과학기술대학 운영 등 외국에서도 복권은 시대적 소명에 맞게 그 역할이 변화해 왔다.

우리 복권도 시대적 상황에 맞게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중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필자 생각에는 지금 복권기금은 12년전 통합 전에 발행되었던 각종 복권들의 역할을 단순히 통합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와 재정이 처한 여건이 크게 변화하였는데도 말이다. 재정건전성 문제부터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기후변화 문제, 4차 산업 혁명의 도래 등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10여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과제들이 아닌가. 이제 변화하는 경제ㆍ재정 여건에 맞게 복권의 역할도 새롭게 모색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복권의 역할이 변화하게 되면 이에 맞게 복권의 운용시스템도 같이 변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복권사업 거버넌스, 법정배분제도 등 관련 규제 등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모색은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복권은 개인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구입하는 것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나눔과 기부의 의미도 크다. 국가는 복권을 통해 마련된 기금을 한 푼이라도 낭비되지 않도록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복권이 단순히 정부의 재정을 확충하는 수단이 아닌 국민이 원하는 복권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복권의 비전과 역할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토론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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