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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가습기, 치약, 그리고 GMO
“GMO완전표시제는 수입 제품과 형평성 문제가 있어요. 올해 완전표시제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GM미생물로 만든 감미료와 콩기름을 비롯한 기름은 표시 예외 대상입니다. 유전자 변형 DNA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예외 없는 GMO 완전표시제를 하게 되면, 구분 없이 모두 GMO식품으로 오해를 받을 겁니다.”

GMO 수입 1위인 국내 식품 대기업 C사가 예외 없는 GMO 완전표시제에 반대하는 이유다. C사의 홍보 담당자는 GMO에 대한 알권리 욕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표시를 하되 어떻게 다른지를 적극 설명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되물었지만 “설명도 하기 전에 GMO식품으로 매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품산업협회 담당자의 의견도 비슷했다. 그는 사후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외국에서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은 제품이 들어올 경우, 애초에 GMO가 사용됐는지 여부를 구분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한국은 원료의 70% 이상이 수입되는 국가여서 관리가 더 어렵다고 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GMO(유전자변형생물체ㆍGenetically Modified Organism)가 재차 논란이다. 내년 2월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기준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어디까지 표기할지 세부기준을 두고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GMO의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GMO의 원조는 1994년 미국의 다국적 농약ㆍ종자기업 몬산토에서 개발한 토마토다. 한국에서는 1997년부터 국내 식품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GMO가 대량 수입돼 유통되고 있다.

한국은 전세계 GMO 농산물 수입국 1위다. 그런데도 GMO 표시는 보기 힘들다. GMO를 원료로 만들어져 완제품으로 들어오는 가공식품까지 합하면 GMO는 이미 우리 식탁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있을 것이다. 예외 없는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최근의 GMO 논란은 근본적으로는 ‘신뢰’의 문제다. 올들어 국민들은 가습기 사태로 큰 불신을 경험했다. 곧 이어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메틸이소티아졸론(CMIT/MIT)’이 함유된 치약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GMO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주변에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가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눈에 띈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도 어렵고 취업도 어렵다. 노후가 보장되지도 않고, 생활용품이나 먹을 것 하나 믿고 살기 어려운 나라가 바로 한국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덮고 보자는 식의 대응은 위험해 보인다. 당장 어려움이 따르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모든 것을 공개하고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더욱이 식품 대기업이라면, 길게 보고 신뢰 회복에 나서려는 노력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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