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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구 “화해 이야기는 다음에…”…금호家 ‘형제 갈등’언제 풀릴까?
금호가(家) 박삼구-박찬구 회장 두 형제 간 갈등이 표면적으로 종식된지 두 달이 흘렀지만 진정한 화해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화해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에 얘기합시다”라며 말을 아꼈다.

박 회장은 이날 수행비서 없이 소탈한 차림으로 지인과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옅은 미소를 띤 채 기자의 질문에 짧게 답했던 그의 모습속엔 씁쓸함이 배어났다.

지난 8월 금호석유화학 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제기했던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두 그룹이 7년 간 쌓아왔던 감정의 골은 쉽게 아물지 못하는 모습이다. 형제 간인 두 그룹의 수장들 역시 앙금이 가시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박찬구 회장은 소송을 취하할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형과) 때가 되면 만나게 될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형제 경영’을 이어오던 박삼구 ·박찬구 회장 간 갈등은 금호그룹이 지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 추진하는 동안 이견을 보이면서 비롯됐다. 특히 두 회장은 인수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사들인 기업들을 되팔아야 할 지경에 이르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동생 박찬구 회장은 2009년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 분리를 추진했다.

이에 형 박삼구 회장은 ‘형제경영 원칙을 깼다’는 이유를 들어 동생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본인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1년엔 박찬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박찬구 회장 측은 형인 박삼구 회장 측이 검찰에 이같은 내용을 흘렸다고 의심했다.

재계에선 박찬구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자, 두 형제가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금호는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됐고, 각종 소송전에 돌입했다. 상표권 소송, 100억원대 기업어음(CP) 반환 청구 소송 등 수년에 걸쳐 제기된 크고 작은 소송만 10여 건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8월 10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측은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국내 많은 기업들이 생사의 위기에 처해진 상황에서 소송전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제기했던 소를 모두 취하했다. 형제 간 갈등의 표면적인 종식을 고하는 조치였다.

한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18일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테크노돔’ 준공식에 외빈으로 참석해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묻는 기자들질문에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형제간 화해분위기가 조성된 시점에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금호가의 2세 경영인 간 극적 화해가 언제,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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