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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역대급 지진 겪고도 여전히 건성인 민방위훈련
지난달 경주지역에서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해 온 나라가 혼란과 충격에 빠졌다. 아직도 진앙지 주변에선 여진이 감지되는 등 그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또 2주 전에는 태풍 ‘차바’ 영향으로 고층 아파트 밀집지역인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에 해일이 덮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크게 없었지만 우리도 더 이상 지진과 해일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여실히 입증됐다. 방재 마스크, 비상 식량 등 재난 대비 용품이 불티나듯 팔린 것만 보더라도 국민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상황이 이쯤되니 자연 재난에 대비한 범국민적 훈련과 관련 매뉴얼의 전면 재점검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자연재난 위기 불감증은 다시 도지고 말았다. 19일 민방위의 날 훈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은 평소와 달리 역대 최대 지진 발생을 가상한 대피 훈련 형식으로 전국에 걸쳐 진행됐다. 그러나 이런 취지와는 동떨어져 훈련은 실효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것이다.

훈련 사이렌이 울리자 인파가 붐비는 지하상가에선 “밖으로 대피하라”는 안내가 계속 이어졌다. 시민들은 내 쫓기듯 밖으로 나왔지만 정작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한 채 투덜거리며 훈련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통제 공무원들 역시 대피 수칙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지진과 해일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부산지역은 정작 통보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고 동원된 민관군과 장비는 서울에 집중됐다고 한다.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훈련의 전형적인 예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훈련 시작도 하기 전에 미리 학생을 대피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건성으로 임하는 시민들의 행태도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그야말로 알맹이 없는 맹탕 훈련이었던 것이다.

자연재난을 비켜갈 수는 없지만 미리 대비하면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다. 대피 훈련을 평소에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다. 5년전 일본은 동북부 대지진이란 재앙을 당했지만 재난 대비 행동요령과 평소 훈련 덕에 그나마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도 달라질 때가 됐다. 관련 매뉴얼을 속히 재정비하고 이게 국민들이 몸에 밸 수 있도록 하는 민방위 훈련이 절실하다. 필요하다면 일본 시스템을 아예 도입하는 것도 마다할 상황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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