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국토연구원장 4인 쓴소리
이규방 전 국토연구원장은 20일 “보금자리론 총량이 찼다고 줄이는 건 무식한 처사”라며 “개별심사를 제대로 해 투기꾼 걸려낼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이 사람 저사람 다 홍수에 떠내려 가는 꼴”이라고 했다. 역시 국토연구원장을 지낸 박양호 전 원장은 “강남 투기수요를 잡고 2~3년 뒤 다른 지역의 시세 오르는 걸 막기 위해선 지금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강남발(發) 집값 폭등세 진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사이 국내 주택ㆍ국토분야 대표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의 전임 원장들이 고언(苦言)을 내놓았다. 헤럴드경제가 이날 이정식(9대)ㆍ이규방(10대)ㆍ최병선(11대)ㆍ박양호(12~13대) 전 원장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다. ▶관련기사 3면
이들은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을 투기수요로 꼽았으며,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 축소 등 소위 ‘대박’을 기대할 수 있게 ‘판’을펼쳐놓은 때문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처방전에선 의견이 갈렸다. 강남 등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데 대해 이규방 전 원장은 “투기과열지구는 큰 대책인데, 현재 주택시장엔 정밀한 외과수술이 필요하다”며 “문제되는 부위만 진정시키면 된다”고 했다.
이정식 전 원장은 “투기과열지구 자체보다 투기성 자본을 제한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고, 박양호 전 원장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들 원로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방안, 특히 보금자리론을 축소한 것에 십자포화를 날렸다. 이정식 전 원장은 “정부정책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부작용”이라며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양호 전 원장은 “이번 기회에 투자수요를 엄격히 걸러내는 식으로 대출심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 점수 관련, 대체로 보수적인 평가를 했다. 이정식 전 원장은 ‘B-’ 학점을 줬다. ‘사사건건 규제하지 않고 적절히 시장에 자율을 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규방 전 원장은 “뉴스테이 같은 임대주택 정책은 잘 했다. 다만 변화하는 시장환경을 고려한 세심한 정책 마련이 아쉬웠다”면서 ‘C’학점을 줬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5월까지 연구원장을 지냈던 박양호 전 원장은 구체적인 평점을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2014년까지 부동산ㆍ주택시장을 부양한 건 적절했지만 이후에 과열양상으로 흘러가는 걸 제때 잡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