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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직원이 임란 참상 기록 번역본 출간
1986년 세상에 알려진 ‘고대일록’
국유재산사업처 문희구 씨 화제



LH(한국토지주택공사)직원이 임진왜란의 참혹한 상황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백성의 역경을 생생하게 담은 ‘고대일록(孤臺日錄)’ 번역본을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대일록’은 1986년에야 존재가 세상에 알려져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관련 학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임진왜란의 참상과 선조ㆍ광해군 시대 사회상을 가장 현실감있게 접할 수 있는 기록으로 꼽힌다. 경상도 함양에서 초유사 김성일의 소모유사, 의병장 김면의 소모종사관으로 활약한 정경운이 원래 저자다. 임진왜란 발발(1592년)부터 광해군 원년(1609년)까지 18년 동안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삶을 일기형식으로 풀어냈다.


번역본을 낸 주인공은 문희구<사진> LH 국유재산사업처 차장이다. 이 책은 자칫 세상 빛을 보지 못할 뻔했던 사연을 갖고 있다. ‘고대일록’의 원본은 소실되고 정경운의 후손이 필사한 책만 전해져 왔다. 분량이 방대하고, 존재가 알려진지 비교적 근래여서 번역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희구 차장의 부친 문인채씨가 번역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40년여년을 교직에 몸담았던 문인채씨는 작업을 끝내지 못한 채 급작스럽게 별세했다. 다행히 문 차장이 선친의 유품에서 번역원고를 발견하고 이를 다듬어 이번에 출간하게 됐다. 부자(父子)의 7년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이다.

책은 총 4권으로 구성돼 있다. 1ㆍ2권엔 임진왜란 중 의병으로 활약한 저자의 체험, 전쟁양상, 고관ㆍ장수들의 행태 등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3ㆍ4권엔 전쟁이 끝난 후 선조말에서 광해군 초기까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삶, 정국의 혼란상, 선비사회의 갈등 등이 담겼다.

‘고대일록’ 번역본은 서해문집에서 기획한 ‘오래된 책방’ 시리즈의 19번째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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