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정비 사업성·분담금 분석
주민 “예측가능 정책”대부분 환영
경기도 성남시가 도시 주거환경 재설계에 들어간다.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본시가지(중원구ㆍ수정구)엔 도심재생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 신도시 지역(분당구)은 재건축 밑그림을 그리는 게 목표다.
21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2030 도시ㆍ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판교신도시를 제외한 성남시 각 지역별로 단계적인 주거지 정비방안을 모색하려는 게 연구의 취지다. 연구용역은 18개월간 진행된다.
성남시가 분당 재건축 밑그림 그리기에 나선다. 연구용역을 통해 정비사업 방식과, 사업성, 추정 분담금 등을 검토하는 작업이다. 현재 분당 아파트 단지들은 5~7년 뒤부터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아파트가 밀집한 분당 일대.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연구용역에서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내용은 6가지다. ▷정비구역(예정구역 포함) 사업방식 검토ㆍ사업성 개선 ▷정비구역 조정ㆍ지원 방안 ▷주거지 관리계획 수립ㆍ코디네이터 제도 운영 방안 ▷재원조달 방안 검토 ▷관련 법제도 개선사항 연구 ▷모듈러 주택도입 방안 연구 등이다.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분당 재건축에 관한 대목이다. 성남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분당지역 아파트에 적용할 정비사업 방식을 검토하고 사업성, 추정 분담금 등도 분석할 예정이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다.
현재 시범단지를 비롯해 분당신도시 조성 초창기에 들어선 아파트들은 재건축 연한(준공 30년)까지 5~7년 남았다. 당장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일부 주민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1993년 준공된 수내동 파크타운 입주자들이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방향을 잡은 게 대표적이다.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 업계는 “성남시가 재건축을 위한 밑작업을 서두르면서 주민들에게 예측가능성을 심어준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현동 삼성부동산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현재 사용가치만 따지고 구입하는 매수자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용적률이나 지분 같은 것들을 따지고 있다”며 “3년 뒤부턴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입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에 대한 장및빛 희망을 말하기 전에 따져볼 것이 많다. 특히 분당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200% 수준인 탓에 재건축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례로 시범단지삼성한신 용적률이 191%, 다른 곳들은 평균적으로 200~210% 정도”라며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연구용역에 반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분당의 리모델링 단지들은 ‘내력벽’ 충격파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진행할 때 가구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3년 뒤에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력벽 철거를 염원했던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충격이 컸다.
최근 분당의 리모델링조합들은 저마다 최적의 설계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내력벽 철거는 어렵게 됐지만, 현 제도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가장 사업성이 좋은 설계도서를 마련해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솔주공5단지는 막바지 작업을 마치는대로 12월 초쯤 성남시에 건축심의를 접수할 예정이다. 미뤄뒀던 시공사 입찰공고도 12월 중엔 낼 계획이다. 무지개마을4단지는 12월 말에 건축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한 리모델링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내력벽 논의를 미뤄둔 2019년까지 기다리면 사업비만 마냥 까먹게 되고, 확실히 풀어준다고 장담도 못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남시 관계자도 “지금까지 각 조합들이 진척한 것들이 있기에 내력벽만 보고 있을 수 없다. 설계도서를 잘 마련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