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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직 김경감 남의 일 아니다” 일선 경찰 트라우마 시달린다
“열악한 근무 환경속에서도
누구보다 성실했던 선배인데…”
침통함속 일부는 우울증증세
큰사건이후 정신치유센터 필요



‘오패산 터널 총기난사’ 피의자 성병대(46)의 사제 총기에 숨진 고(故) 김창호 경감을 두고 일선 경찰관들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특히 누구보다 성실했던 김 경감의 죽음을 두고 일부 경찰관들은 우울증 징후까지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일선 경찰관들에 대한 정신 건강 문제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 경감이 일했던 서울 강북경찰서는 사건 후에도 여전히 침통한 모습이다. 동료 경찰관들은 숨진 김 경감을 추모하고자 가슴에 검은 근조 리본을 달았다. 일부 경찰관들은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에 꽃을 두고 가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 경감은 사건 당일에도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 야간 근무를 준비했다”며 “전임 근무자를 위해 평소보다 일찍 근무교대를 했고, 그날 첫 출동에 변을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경감이 근무했던 파출소장 역시 “같이 대화하고 일하던 김 경감의 죽음에 경관들의 충격이 큰 상황”이라며 “사건 이후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전했다.

일선 경찰관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김 경감의 사망으로 인해 주변 경관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처럼 큰 사건이 한 번씩 발생하면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경찰관들이 많다”며 “이 때문에 경찰직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 역시 “열악한 상황 속에서 무력하게 숨진 김 경감을 보며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찰관은 없을 것”이라며 “그를 알고 있던 일부 경찰관 중에는 아직까지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특히 강력 사건 등을 다루고 평소 과중한 업무를 견뎌야 하는 경찰관들의 정신 건강 실태는 심각하다. 경찰에 따르면 업무 중 스트레스로 경찰 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한 경찰관은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4514명에 달한다. 누적 이용 횟수도 6025회를 기록했다.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도 지난 2012년 이후 93명에 이른다. 자살 원인 1위는 우울증이었다. 같은 기간 순직한 경찰관은 69명으로 자살한 경관이 순직한 경관보다도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이 운영하고 있는 트라우마센터는 전국에 4곳 밖에 되지 않는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용자가 몰려 실제 이용률은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정신병이 있다”는 소문이 날까 우려해 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경찰관들도 많다. 특히 대형 사건 직후 대규모의 경찰관을 수용할 수 있는 전문치료기관은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오패산 터널 총기난사’ 사건과 같은 큰 사건 직후에는 집단적인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PTSD)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큰 강력사건 이후에는 직접 사건을 겪지 않은 경찰관도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할 수 있다”며 “김 경감의 죽음을 계기로 일선 경찰관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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