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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개헌 카드 반갑지만 최순실 사태 침묵은 유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며 “개헌 실무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시급한 민생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며 개헌 논의 자제를 당부해오던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개헌 논의는 당장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국은 더욱 혼란과 격랑속으로 휘말리게 됐다.

박 대통령의 지적처럼 개헌 여건은 이미 충분히 성숙된 상태다. 우선 정치적으로도 여소야대인 현 국회 구조는 개헌을 논의하기에 딱 알맞은 환경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환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당장 국민의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개헌에 미온적이던 박 대통령으로서도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으로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개헌 논의가 활기를 찾게 된 건 다행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반갑지만 이날 연설에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의 ‘최’자도 꺼내지 않은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물론 시정연설은 예산안 편성 및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이기는 하다. 박 대통령도 이날 안보와 경제 등 지금의 이중 위기 국면을 강조하며 국론 결집과 국민단합, 국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또 꺼져 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예산안의 차질없는 처리와 노동개혁 관련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조속한 통과도 요청했다.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할 말이고 또 국회도 마땅히 협조해야 할 당면 현안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정권 말 게이트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한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최씨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정은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이런 사실은 박 대통령도 모를리 없다. 그 실마리는 결국 박 대통령 말고는 아무도 제시할 수가 없다. 시정연설은 이를 풀어가기에 최적의 기회였다. 그런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박 대통령이 헌법 개정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도 정국의 중심에 선 최순실 파문을 비켜가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개헌이 모든 현안을 삼키는 블랙홀이라고는 하나 국정을 농단했다는 최씨의 의혹까지 덮지는 못한다. 개헌 논의와 최씨 문제는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최씨와 관련된 잡음을 정리하지 못하면 그나마 20%대의 지지율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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