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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개헌논의와 헌법대로 살아가기
지난 8월, 미국 헌법책이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일이 있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비판한 파키스탄계 미국인 키즈르 칸의 연설이 발단이 됐다.

칸은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대의 연사로 나서 포켓용 헌법책을 흔들며 “트럼프가 과연 국가를 위한 희생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겠다”며 “헌법을 읽어보기라도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연설이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헌법 읽기 열풍을 불러온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기본’의 의미를 떠올려 보았다.

국가와 사회 통합의 기본은 헌법 정신이다. 구청장으로 취임한 후 평소 직원들에게 헌법 제1조 2항과 제7조는 꼭 암기할 것을 권유해 왔다.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7조 제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가 그것이다.

이 조문은 공직자의 기본자세지만 거의 모든 법 관련 시험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법고시를 통과해 법관이나 검사 그리고 변호사가 되어도 헌법의 중심 가치를 망각하는 일이 다반사다. 비리 기업인과 대기업 회장으로 있는 고교 동창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부장판사나 검사장뿐만 아니라 국가 교육정책을 기획하는 교육공무원의 막말 파문도 헌법 정신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나오지 않을 행동들이었다. 



노원구는 지난 7월 직원과 통장들에게 ‘손바닥 헌법책’ 2400권을 배부했다. 적어도 공무원이라면 헌법적 가치를 제대로 알고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크기 69쪽 분량의 책자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과 현행 대한민국헌법 전문, 제10장 제130조에 이르는 조문과 세계인권선언 내용 등이 수록돼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최근 헌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헌법개정보다 더 절실한 것은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헌법 정신을 실천하려는 노력이다. 요즘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을 슬프게 하는 ‘금수저-흙수저’ 유행어가 번지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1조 제2항 내용에도 불구하고 취업과 승진 등 사회 전반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특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근본 원인과 처방은 생각하지 않고 금수저라는 이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바란다. 초기 로마시대 왕과 귀족들이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인 것처럼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라고 말이다. 그러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헌법적 가치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낙수효과처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바랄 것이 아니라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규정대로 정부는 경제 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을 해야 한다.

개헌논의와 함께 헌법을 존중하고 헌법대로 살아가기 운동이 가을의 단풍처럼 전국으로 물들여져 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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