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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고양이에 생선 맡기고 문제 없다?
경찰 조사 중이던 피의자의 페이스북에 게시글이 올라왔다. 오패산터널 총기 사건의 피의자 성병대(46) 씨가 지난 23일 밤 경찰서 유치장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 1장과 동영상 1건이 첨부된 글을 써 올린 것이다. 경찰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겨 있던 해당 글은 30분동안 노출돼 있다 사라졌다.

경위는 이렇다. 성 씨를 조사 중이던 경찰관 2명이 성 씨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통해 확인할 것이 있다며 압수품인 그의 휴대전화를 직접 손에 쥐어 줬던 것이다. 경찰은 “해당 조사관이 휴대폰 조작이 서툴러 그랬다”고 하지만 압수품이자 증거품인 휴대전화를 주면서 성 씨가 그것으로 무엇을 하는 지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성 씨의 휴대폰은 요금 미납으로 인터넷 연결이 안 돼 있었는데 담당 조사관이 자신의 휴대폰 테더링 서비스를 이용해 인터넷에 연결해 주기까지 했다. 생선을 훔친 고양이에게 생선을, 그것도 먹기 좋게 다시 정돈해 맡긴 셈이다.

문제는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고 난 뒤 경찰이 보여 준 ‘문제될 것 없다’는 태도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어차피 과학수사대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증거들이 조작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관련 규정이 없냐”는 질문에는 “‘압수품을 유치장 조사 중에 활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피의자에게 증거품을 쉽게 건네주지는 않는 지 우려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4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구속 수감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문제가 커졌다. 지적이 이어지자 경찰은 조사를 담당했던 형사 2명을 상대로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성 씨는 직접 만든 사제 총기를 이용해 무고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한 경찰관의 목숨을 앗아 간 인물이다. 흉악 범죄 피의자에게 증거품을 직접 쥐어 주고 무엇을 하는 지 제대로 지켜보지 않은 경찰의 안이한 태도는 수사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진실 해명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믿음을 크게 저버리고 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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