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지도부 ‘청와대 출장소’ 비난까지 받는 마당에 대야(對野) 협상 이끌 수 없어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국정운영 중단 사태를 막을 ‘거국중립내각(이하 거국내각)’ 구성이 여야 간 의견 차이로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비박(非박근혜)계 중심의 신(新) 지도체제가 수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새누리당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정현 대표 등 친박(親박근혜)계 지도부가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하며 대야(對野) 협상 능력을 상실한 것이 거국내각 구성 지연의 핵심 이유라는 것이다. 특히 일부 비박계 핵심 의원들은 “야권이 내건 거국내각 구성의 선제조건들을 전향적으로 협상할 의지가 있다”고 밝혀 새누리당 지도부 교체 작업의 향방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린다.
[사진=31일 오전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40여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여 회동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회동 후 '당 비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새누리당 소장파 핵심 김용태 의원은 1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검찰의 수사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기에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며 “(특별법에 의한) 별도 특검도 야당이 (거국내각 구성의 선제조건으로) 받으라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순실 사태의 수습은 ‘진상규명’과 ‘리더십 회복(거국내각 구성)’ 투트랙으로 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야당의 별도 특검을 통한 철저한 수사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의원의 판단이다. 친박 성향의 원내지도부가 앞선 협상에서 ‘상설 특검’을 밀어붙인 것과는 대조되는 주장이다.
여야는 특검의 형태를 두고 치열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특검 추천권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상설 특검은 법무부 차관ㆍ국회 등 7명으로 이뤄진 위원회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한 뒤 그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친여(親與) 특검이 임명될 수 있다. 별도 특검은 야당이 후보를 추천한다. 즉, 김 의원처럼 야당 요구에 전향적인 비박계 혹은 쇄신파가 새누리당을 이끌면 거국내각 협상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김 의원은 “현재 지도부는 (야당 요구의 수용 여부를) 책임있게 결정하지 못한다”며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야 야당과 협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등 친박계 지도부가 야권으로부터 ‘청와대 출장소’라 불리며 신뢰를 잃은 것도 ‘지도부 교체론’이 확산하는 이유다. 새누리당 혁신계보의 원조격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협상의 파트너인 야당에서 현 지도부를 ‘최순실 부역자’로까지 규정하며 대화 상대로서 부정을 하는데, 어떻게 (특검이나 거국내각의) 시스템이 구축되겠느냐”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ㆍ홍보수석을 지낸 만큼,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할뿐더러, 국정감사 기간에 단식까지 진행하며 야당의 관련 증인 채택을 막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 의원 역시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해 야권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의원은 야권의 별도 특검 주장에 대해 “검찰이 아무리 진실되게 수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과연 그것을 납득 받아들이시겠느냐”며 “새누리당이 굳이 상설 특검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여당이 가진 상설 특검 추천권을 포기하고 야당이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특검 후보 2명을 모두 추천하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특별법을 통해 별도 특검을 하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여당이 가진 것을 내려놓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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